[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오는 21일부터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지급되는 가운데 정부에서 카드사들에 소상공인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면서 카드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정부는 소비쿠폰 사용으로 인한 결제액 증가에 따라 이익을 보는 카드사들이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카드사들은 지속된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로 카드론까지 신용대출에 포함되며 가뜩이나 수익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역마진을 우려하고 있다.
10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최근 카드사들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결제 시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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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미디어펜 |
행안부 관계자는 "민생 쿠폰으로 여러 카드사에 소비가 발생할 것이 분명한 만큼 카드사가 수수료 인하에 협조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최근 여러 차례 전달했다"며 "카드사 협조가 가능하다면 행안부, 금융위원회, 카드사가 관련 협약을 맺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 국민에게 지급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1인당 최대 55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이나 사용 중인 신용·체크카드를 통해 지급되며 지역 내 연 매출 30억원 이하인 소상공인 사업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카드사는 현재 연 매출 30억원 이하 영세·중소 가맹점을 대상으로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번 소비쿠폰의 취지를 고려해 수수료율을 추가로 인하해 달라는 것이다.
정부가 명시적으로 수수료 인하 정도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이를 체크카드 우대 수수료율인 0.15~1.15% 수준으로 인하하는 안이 거론된다.
현재 일반 신용카드 우대 수수료율은 연 매출 30억원 이하 구간별로 0.40~1.45% 수준이다. 지난 2월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되며 영세·중소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0.05~0.1%포인트, 체크카드는 0.1%포인트 떨어졌다.
이에 삼성·신한·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비씨 등 8개 카드사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6047억원으로 전년 동기(7244억원) 대비 16.5% 줄었다.
올해 가맹점 수수료율이 추가로 인하되면서 이미 영세 가맹점 수수료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카드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카드사들이 인프라 구축 비용, 관리비 등 때문에 80억원 적자를 봤다고 추산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는 이러한 업계의 상황과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최근 김민재 행안부 장관 직무대행(차관)에게 면담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계속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때문에 안 그래도 본업인 신용판매 부분에서 적자를 내고 있다"며 "영세 가맹점에서는 더욱이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인데 카드사들의 역마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장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카드사 전산에 반영하려면 일정이 빠듯한 만큼 카드사가 수수료 인하 대신 다른 방식으로 소상공인 부담 경감에 기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영세 가맹점 수수료 일부 직접 지원, 소상공인 기금 마련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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