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미국이 한국산 의약품에 최대 200%의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은 한국 의약품의 최대 수출국 중 하나인데 이번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와 시장 구조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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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내각회의 주재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
11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한국과 일본 등 14개국에 국가별 상호 관세 서한을 보내고 품목별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이 중 의약품은 최대 200%를 거론했으며 정확한 부과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1년에서 1년 6개월의 유예 기간이 주어졌지만 미국이 고율 관세를 실제로 적용할 경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등 주요 기업들은 미국 수출 비중이 높아 관세가 곧바로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미국을 겨냥해 제품들을 출시할 예정이었던 제약사, 미국에서 고수익 포트폴리오가 위주였던 제약사들 모두 비상이 걸렸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200%까지 오르면 현지 가격을 맞추기 어렵고 수출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각 회사별 대응책 마련도 한창이다. 셀트리온은 미국 시장에 2년치 재고를 미리 확보해 단기적 충격을 최소화하고 미국 내 생산시설 인수도 검토 중이다. SK바이오팜은 현지 생산 파트너 확보와 미국 내 제조시설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다양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며 고객사와의 관세 분담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셀트리온은 즉각 “미국 현지에서의 대응 체제를 단기뿐 아니라 중장기 전략까지 차근히 진행중이며 미국내 의약품 관세 정책이 어느 시점에 어떤 규모로 결정되더라도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없도록 내년 말까지 준비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전반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유예기간으로 인해 충격이 제한적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 부과 시 바이오시밀러 등 미국 매출 비중이 높은 품목은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제약사들이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리쇼어링 정책을 시사하기는 했으나 유예기간이 너무 짧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생산시설 이전 검토와 재고 분량 확보 등만 하더라도 촉박한데 더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에만 대응하기에는 너무 큰 투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주어진 유예 기간동안 얼만큼의 대응책을 구비하느냐가 경쟁력의 척도가 될 전망이다.
이번 관세는 미국 현지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현지 소비자, 미국 제약업계에서도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관세가 최종 적용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으며, 정책 변화에 따른 신속한 대응책 마련은 필수적이라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 제약업계와 시민단체들은 “관세가 환자의 피해와 공급망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약가 인하 정책 취지와도 상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세로 인해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관세 이슈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현지화 전략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일부 기업은 미국 내 생산 확대와 현지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관세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까지 품목별 조사를 마치고 발효 시점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관세율을 단기 확정할 경우 의약품 가격 상승 반발과 리쇼어링이 약화할 수 있어 유예기간을 두고 협상의 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단 미국 내 생산시설이 없는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들의 경우 공급망 재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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