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S 계약으로 신용보강... 자본잠식 기업 채권 발행 도와
공정위 “금융기법 악용해 시장질서 해쳐” 과징금 65억원 부과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씨제이(CJ)그룹이 파생상품 계약을 이용해 부실 계열사의 채권 발행을 우회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 경쟁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게됐다.

   
▲ 공정거래위원회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씨제이(CJ)와 씨제이씨지브이(CGV)가 파생상품 계약을 활용해 부실계열사의 자금 조달을 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6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CJ와 CGV는 2015년 각각 계열사인 CJ건설(현 CJ대한통운)과 ㈜시뮬라인(현 CJ포디플렉스)의 영구전환사채 발행 과정에서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체결했다. TRS는 기초자산에서 발생할 수익과 일정 현금흐름을 맞바꾸는 파생상품이지만, 이 계약은 실질적으로 계열사 채권의 지급보증 기능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CJ건설과 시뮬라인은 각각 5년,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었다. 두 회사는 자본 확충을 위해 영구전환사채 발행을 추진했으나 신용등급이 낮아 단독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CJ와 CGV는 이들 계열사가 발행한 사채를 금융회사가 인수하는 조건으로 TRS 계약을 체결했고, 이는 해당 금융사의 투자위험을 CJ 측이 사실상 인수하는 구조였다. 공정위는 “TRS 계약이 외형상 파생상품 거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계열사의 부실을 메우기 위한 신용보강 수단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CJ건설과 시뮬라인은 각각 500억 원, 150억 원 규모의 자본성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고, 모회사들의 높은 신용등급 덕분에 낮은 금리로 발행에 성공했다. 두 회사는 각각 31억 원, 21억 원 이상의 이자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추산된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는 경쟁사업자에 비해 유리한 조건을 제공해 공정한 시장질서를 해쳤다”며 “형식이 어떠하든 특정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금융기법을 악용하는 행위는 엄중히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CJ는 동일 시기 푸드빌이 발행한 영구전환사채에 대해서도 TRS 계약을 체결했으나, 해당 건은 자금조달 여건 등을 고려해 제재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