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대상 나경원 "자해행위"...장동혁 "무작정 다 절연 혁신으로 포장"
조경태, "혁신안 수용해야...부정선거·전광훈·윤어게인, 절연 3대 세력"
지도부, 충분한 논의 없는 개인 자격 발언 문제 제기..."당에 부담돼"
[미디어펜=이희연 기자]'과거와의 단절'을 외치는 국민의힘의 혁신이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채 계파 갈등으로 날만 새우고 있다. 윤희숙 당 혁신위원장이 실명까지 거론하며 '인적 쇄신'의 칼을 빼 들었지만, 정작 쇄신 대상으로 지목된 당사자들은 '자해행위'라고 반발하며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앞서 윤 혁신위원장은 전날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적 쇄신 1차분"이라며 "과거와의 단절에 저항하고 당을 탄핵의 바다에 밀어 넣고 있는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 송언석 대표는 스스로 거취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17일에도 당 중진들을 향해 "나라와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름답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며 "어제 제가 실명을 거론한 것은 현재 국민의힘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기 때문이다"라고 거듭 촉구했다. 

   
▲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5.7.17./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인적 쇄신 대상자로 지목된 나 의원은 "모래알 같은 107명을 어떤 가치로 묶어낼 것인지, 더 많은 국민들께서 공감할 수 있는 아젠다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 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혁신의 요체가 되어야 한다"며 "우리의 존재 이유와 존립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해 행위는 제발 그만 멈추자"고 반발했다.  

윤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 당을 살리고 무너진 보수를 다시 세우기 위해 저는 언제든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돼있다"며 "윤희숙 위원장님, 정말로 당과 보수 재건을 위한 혁신이라면 저를 먼저 혁신위원회로 불러 달라"고 응수했다. 

장 의원은 "윤 위원장은 무작정 여기저기 다 절연하자고 한다"며 "선거 때는 도와 달라 사정하고, 선거 끝나면 내쫒고, 소금 뿌리고, 문 걸어 잠그고 얼씬도 못하게 한다. 그리고 그것을 혁신으로 포장한다"고 비판했다. 

   
▲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왼쪽)와 윤희숙 신임 혁신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5.7.9./사진=연합뉴스


거취 요구를 받은 송 비대위원장은 "당의 역량 강화와 혁신을 위한 충정으로 (요구)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혁신 방안은 혁신위 안에서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 의결하면 비대위에 보고되고, 비대위에서 최종 혁신 방안이 확정된다"고 말을 아꼈다.

이런 가운데 일찌감치 국민의힘 당 대표 도전에 나선 조경태 의원은 1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 쇼'에서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윤 어게인' 행사에 참석했던 분들을 해당 행위자로 본 것 아닌가 싶다"며 "20일 의원 총회 때 그분의 주장을 당에서 수용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조 의원은 "국민의힘이 반드시 절연 해야 할 3대 세력은 부정선거 음모론자, 전광훈 목사 추종자, 윤 어게인 주창자들"이라며 "이들 3대 세력과 긴밀한 소통한 이들은 이미 오염된 세력들로 이들을 철저하게 솎아내겠다. 그에 앞서 당에 남아 있지 말고 스스로 나가 달라"고 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윤 혁신위원장이 송 비대위원장과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에게 거취를 결단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 충분한 논의 없이 개인 자격으로 발언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5.7.13./사진=연합뉴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박덕흠 비상대책위원 주재로 열린 비공개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원들과의 충분한 논의 없이 어떠한 공감대 없이 개인 자격으로 발언이 이뤄진 부분에 대해 많은 비대위원들이 문제를 지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장과 비대위 입장은 명확하다. 당 쇄신 방안을 혁신위에 자유롭게 일임하고 충분히 지원해드리겠다는 입장은 변화가 없다"면서도 "혁신위원들 간 충분히 논의 없이 개인 자격으로 외부에 본인 말씀이 노출되는 건 결국 당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혁신위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송언석 비대위원장까지 인적 쇄신 대상에 들어갔는데, 현실적으로 혁신안이 받아 들여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며 "애초에 혁신위를 왜 만들었는지 의문이다. 혁신안을 받아들이지도 않을 거면서 만들긴 왜 만든 거냐. 쇼하려고 만든 거냐"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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