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 침체·수요 급감에 공장 멈춰… 철강업 전반에 위기감 확산
하이퍼 전기로·저탄소 인증 철강 앞세워 돌파 시도… 기술혁신에 승부수
“수요 회복 없인 경쟁력 강화 한계” 업계, 구조적 침체 장기화 우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국내 최대 철근 생산기지인 동국제강 인천공장이 지난 22일 52년 만에 처음으로 가동을 멈췄다. 이번 가동 중단은 단순한 계절 조정이나 정기 점검 차원을 넘어 현재 직면한 철강업계의 구조적 어려움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 동국제강 인천공장 에코아크전기로. 사진=동국제강

23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지난해부터 공장 가동률을 60% 수준으로 낮췄고 올해 초에는 50%까지 추가로 하락시키는 감산 정책을 이어왔다. 또한 인천공장의 경우 산업용 전기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야간에만 가동됐다. 

이러한 조치는 건설업 불황과 철근 수요 급감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철근 수요는 약 798만 톤에 머무르며 전년(958만 톤)비 약 18.8% 감소하는 등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철근 생산 역시 17.8% 감소한 780만 톤에 그쳤다. 동국제강을 포함한 철강업계의 연간 총 생산 능력(약 1300만 톤)을 크게 하회하는 수치다. 

이에 따라 재고가 쌓이고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업계 전반에 공급 과잉 현상이 벌어지는 등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결국 다음 달 15일까지 인천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철강업계는 산업 특성상 공장 가동률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 제조업이다. 하지만 불황이 길어지면 이를 이용해 설비의 수리 및 보수에 나서는 등 임의적으로 감산에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가동률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 상황에서 가동 중단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동국제강 측은 이를 위기 극복의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특히 휴지기 동안 친환경 생산 기술 개발, 제품 생산에 주력하면서 미래 시장 선점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동국제강은 친환경 철강 생산 핵심 기술인 ‘하이퍼 전기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 이 기술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탄소 배출을 낮추는 차세대 전기로다. 조업 시간은 기존 40분에서 35분 이하로 단축되고 생산 1톤당 전력 사용은 10kWh 줄어들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또한 상용화될 경우 연간 조강 생산량이 360만 톤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3600만kWh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와 함께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설비 개편도 병행 중이다. 최근에는 ‘호퍼식 열원재 투입 방식’을 도입해 가루 형태가 아닌 덩어리 형태의 열원재를 투입, 열 손실과 원료 낭비를 줄였다. 기존 가스 방식 대비 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

친환경 고부가 제품 확보도 가속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DK그린바’는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인 철근 브랜드로, 국내외 친환경 건축 프로젝트 수요에 대응 중이다. 인프라용 고강도 H형강 ‘D메가빔’은 내구성과 하중 성능을 높인 프리미엄 제품으로, 고사양 구조물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동국제강의 경우 지난 4월 국내 철강업계 최초로 전 제품군에 대한 환경부 '저탄소 제품 인증'을 취득했다. 이  인증을 받은 철강재는 ‘녹색제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 의무 구매 대상이 될 뿐 아니라 건물의 친환경성 평가에서 인센티브가 부여돼 공공 프로젝트 수주에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업계에서는 동국제강의 이러한 기술 혁신과 친환경 제품 개발이 장기적 관점에서의 핵심 과제인 만큼, 현재 직면한 철강 시장 침체 속에서 단기간 내 가시적 성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개발과 생산 효율화가 중요한 만큼 현재의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동국제강의 이번 전략은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며 “수요 회복 없이는 경쟁력 강화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인천공장 가동 중단 역시 단순한 휴지기 이상의 위기 극복 수단이지만, 구조적인 수요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실질적인 실적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23~2024년 국내 건설 투자 규모와 주택 착공 물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건설 경기 침체와 공급 과잉 문제는 여전히 풀기 어려운 과제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생산 효율화 및 제품 연구를 통한 고부가가치화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며 “장기화되고 있는 철강 업황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다방면의 전략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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