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에 최대 33.57% 잠정 반덤핑 관세 부과 건의
반덤핑 관세로 저가 수입재 유입 줄고 국산 제품 가격 경쟁력 확보
일본·중국 보복관세 움직임도 예의주시해야…“현실화되면 타격 불가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정부가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 저가 수입재가 무분별하게 들어오면서 국내 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데 따른 대응이다. 

이번 조치로 무역 장벽이 세워지면서 가격 안정화가 예상되며,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반덤핑 관세가 보복관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포스코에서 생산한 열연강판./사진=포스코 제공


◆열연강판에도 반덤핑 관세…수익 개선 기대

24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이날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의 덤핑으로 인해 국내 철강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예비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28.16%~33.57%의 잠정 반덤핑 관세 부과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의하기로 했다. 잠정 반덤핑 관세 부과는 9월 중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반덤핑 관세 조처는 현대제철 제소에 의해 이뤄졌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중국산과 일본산 열연강판이 정상적인 가격 이하로 국내에 유입돼 가격 질서를 왜곡하고 있다 반덤핑 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무역위는 지난 3월부터 정식으로 조사에 착수했으며, 이번 예비판정을 통해 덤핑 사실과 이로 인한 산업 피해를 인정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서도 열연강판 수입은 이어졌다. 일본산 열연강판은 68만3000톤이 유입돼 전년 동기 대비 29.9% 감소했으나 중국산 열연강판은 92만9000톤이 들어와 지난해보다 7000톤이 늘어났다. 국내 철강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수입이 늘어난 것은 중국이 여전히 저가로 판매하며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반덤핑 관세 부과가 시작되면 국내 철강업계는 시장이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저가로 들어오던 수입산 열연강판의 공급 과잉이 완화되고, 국산 열연강판의 가격 경쟁력도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유통시장 내에서 국산 열연강판은 톤당 80만 원 초반대, 수입산 열연강판은 톤당 70만 원 초반대로 가격 차이는 톤당 10만 원 수준 벌어져 있다. 수입재 유입 감소로 가격 격차가 좁혀지면서 국산 제품의 판매 여건도 개선될 전망이다.

수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열연강판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는 곳은 포스코와 현대제철뿐이다. 특히 열연강판 산업 기초소재로 사용되는 것은 물론 냉연강판, 도금강판, 강관 등 다양한 철강재의 소재로도 활용된다. 그만큼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판매량이 많은 철강 제품으로, 저가 수입재 유입이 줄어들면 실적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열연강판보다 먼저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 중국산 후판에 대해서 수입 감소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산 후판에는 현재 최대 38.02%의 잠정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김원배 현대제철 영업본부장 부사장은 24일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중국으로부터의 후판 입고량은 대폭 줄어들고 있다”며 “예비판정 이후 후판 가격도 올라갔는데 현재는 국내 경기 침체로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새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으로 수요 회복이 오면 양호한 실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들어왔던 수입재 재고가 남아있는 만큼 당장은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수입재 재고가 서서히 소진되면서 여름 휴가철 이후로 본격적인 가격 상승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본·중국 보복관세 우려…“긴장감 늦출 수 없어”

다만 이번 반덤핑 관세 조치가 보복관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먼저 일본에서는 현대제철이 반덤핑 제소한 이후 수입산 철강재에 대해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이마이 타다시 일본철강연맹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철강재 수입 증가는 일본 내의 공급망은 물론 철강업의 탈탄소화를 위한 투자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며 “시간을 들이지 않고 최대한 빨리 실효성 있는 대책을 진행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는 반덤핑 관세 조처와 같은 강도 높은 철강 수입 규제 대책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중국 내에서도 이번 반덤핑 관세 조치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한국 시장이 중국 철강업체들에게는 중요한 시장인데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특히 국내 철강업체들이 중국산 도금강판과 컬러강판에 대해서도 반덤핑 제소에 나설 예정으로 연쇄적인 무역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중국에서도 보복관세를 통해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내 철강업체들에게도 일본과 중국은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 지난해 한국은 일본에 367만4000톤, 중국에 206만9000톤의 철강재를 수출했다. 전체 수출량 2835만 톤 대비 두 국가의 비중은 20.3% 수준을 보였다. 

이에 두 국가에서 우리나라 철강재에 대해서도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국내 철강업체들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일본에 자동차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 비중이 높은데 보복관세가 현실화되면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당장 뚜렷한 움직임은 없지만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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