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중국산 후판 반덤핑 예비판정 만료, 최종 판정 시기 임박해
관세폭탄 피할 길은 ‘사용신고’뿐…조선소 간 원가 전쟁 본격화
HD현대, 사용신고 선제 대응 속 삼성·한화 ‘체계 전환’ 나서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본조사(최종) 판정 발표가 다가오면서 국내 조선사들이 통관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보세구역 사용신고를 통한 관세 유예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 쌓여 있는 수출입 컨테이너들. 사진=연합뉴스
 

보세 혜택 적용 시 “중국산도 무관세 활용”, 반덤핑 관세 자유로워


28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후판은 지난 4월 예비판정으로 중국산 제품에 27.91~38.02%의 잠정 관세를 부과했다. 해당 잠정 조치는 다음 달 23일까지 유효하다.

현재 무역위는 후판에 대한 본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본판정 결과에 따라 최종 관세율이 확정된다. 또한 예비 판정 만료에 따라 본판정 발표가 이르면 8월 말에서 9월 초로 예상되면서 업계에서는 중국산 후판의 통관 방식이 실질 원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후판은 선박 제작의 핵심 소재로 조선사 1곳이 연간 수십만 톤을 조달하는 대형 품목이다. 통상 국내 조선사들은 국내 철강사와의 연간 단가 계약 외에도 일정 물량의 수입산 후판을 조달해왔다. 

지난해 기준 대형 조선사는 전체 사용량의 20~30%, 중형 조선사는 최대 50% 안팎을 중국산 등 수입산으로 채우는 등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지난 4월 예비판정 이후 중국산 후판에는 최대 38%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며, 이 여파로 올해 1~5월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급감했다.

그러나 보세구역을 활용하면 후판을 포함한 수입 자재도 수출용 선박 제작에 투입될 경우 관세가 면제돼 수익성 확보에 유리하다.

실제 관세법 제86조 및 시행령에 따르면 보세공장이나 보세구역 내에서 수출 목적 제품을 제조하는 경우 수입 자재에 대한 관세는 사용 시점에 부과되며, 수출이 완료된 후 전액 환급된다.

즉 고율 관세가 예정된 중국산 후판도 보세공장에서 수출용 선박에만 사용된다면 관세 부담 없이 활용 가능하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보세공장 내 사용신고 체계를 제대로 갖추면 관세를 유예하거나 환급받을 수 있어 수입산 후판도 가격 경쟁력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다”며 “국내 후판 가격이 오를 경우 조선사들이 중국산 활용을 다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하반기 후판 단가를 둘러싼 조선사와 철강업계의 연간 계약 협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익성 방어를 이유로 인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반면, 조선사들은 고부가 선박 중심의 수주 증가에도 불구하고 원가 부담 최소화를 위한 대응에 나서면서 원가 절감을 둘러싼 양측의 줄다리기가 치열해질 전망이다.

   
▲ 포스코 포항제철소 2후판공장에서 후판 제품이 생산되는 모습. 사진=포스코

◆사용신고 전환 가속…HD현대는 이미 ‘완료’, 삼성·한화는 전환 중

이러한 분위기에 업계에서는 후판 가격이 인상될 경우 국내 조선사들이 ‘신고방식’ 전환을 핵심 대응책으로 삼을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일반적으로 보세구역 내 물품은 ‘수입신고’ 또는 ‘사용신고’ 방식으로 처리되는데, 관세를 즉시 납부하는 수입신고와 달리 사용신고는 자재를 보세상태로 공장에 보관한 뒤 실제로 사용할 때 세금을 내며 수출에 사용하면 환급도 가능하다. 

따라서 보세구역이라 해도 관세 면제를 실제로 적용받기 위해선 ‘사용신고’라는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과 그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은 보세구역 내에서 사용신고 체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중국산 후판도 예비판정 이후 별도의 관세 납부 없이 반입·가공·출하하고 있으며 선박 수출 시 관세 환급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4월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예비 판정 이후로도 관세 면제 혜택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같은 보세구역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신고 절차를 적용하지 않아 예비판정에 따른 실질 관세 부담을 그대로 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조선소 특유의 대규모 설비와 복잡한 자재 관리 구조, 그리고 과거의 낮은 관세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용신고 체계 도입을 미뤄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소는 면적이 수백만 ㎡에 이르고 자재도 수천 종에 달하는 데다, 사용 시기도 일정하지 않다 보니 사용신고는 시스템적으로 매우 까다롭고 행정 인력 부담도 크다”며 “그동안은 기본 관세율이 낮았기 때문에 굳이 사용신고를 쓰지 않아도 실익이 크지 않았던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반덤핑 본판정이 다가오면서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역시 신고제 변경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자사의 조선소는 기본적으로 보세구역으로 분류된다”며 “신고제 변경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 역시 “기존 수입신고 방식에서 보세공장제도를 활용한 사용신고 방식으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양사 모두 구체적인 정확한 전환 시점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업계는 이번 최종 판정을 기점으로 조선소 간 ‘통관 전략 격차’가 실질적인 원가 차이로 연결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용신고 방식이 유동성 확보와 관세 부담 유예 측면에서 조선소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사용신고 체계를 구축해 관세 리스크를 줄이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단기 비용이 들더라도 전산관리·보세운영 체계를 정비하지 않으면 조선소 간 원가 격차가 구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