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글로벌 선박 발주 흐름이 주춤한 가운데 국내 조선사들이 ‘미국발 수요’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절반 이상 급감했지만, 미국의 대중국 제재 여파로 발주 수요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동하는 조짐이 감지되면서다.
이에 더해 정부가 최근 한미 관세 협상의 돌파구로 수십조 원대의 미국 조선협력 패키지를 제안하는 등 조선업 전반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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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아네머스크호’. 사진 제공=HD현대중공업 |
29일 글로벌 시황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1~6월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1938만 CGT로 지난해 같은 기간(4258만 CGT) 대비 54.5% 감소했다. 국내 조선사들이 주력해온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은 82.9% 줄어든 105만 CGT에 그쳤다.
미국발 관세 이슈 등 대외 불확실성이 세계 교역을 위축시키면서 신조선 발주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국내 조선사들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한국수출입은행의 ‘해운·조선업 2025년 상반기 동향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2분기 국내 조선사의 수주 점유율은 25.1%로 지난해 같은 기간(17.2%)보다 8%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오랜 경쟁 관계에 있던 중국과의 점유율 격차도 크게 좁혀졌다. 지난해 51.0%포인트에 달했던 양국 간 수주 점유율 격차는 올해 26.7%포인트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연간 점유율이 15.0%에 그쳤던 한국 조선업계로서는 의미 있는 반등의 전환점을 맞은 셈이다.
업계는 이 같은 흐름이 미국의 ‘탈중국’ 기조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 정부가 에너지 안보 및 동맹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중국 조선소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는 점이 한국 조선사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보고서는 “미국 무역대표부의 대중국 해사산업 제재로 일부 대형 컨테이너선이 발주처를 중국에서 한국으로 전환했다”며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한국 점유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한미 통상 갈등의 해법으로 ‘조선 패키지 협력안(MASGA)’을 미국 측에 제안했다.
핵심은 미국 내 노후 조선소 및 설비 현대화(MRO)를 한국 조선업계가 맡고, 이를 통해 미국의 해상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미국은 중국에 뒤처지지 않는 숙련 조선기술 확보와 인력 양성, 보유 선박 확충을 추진 중인 만큼 한국과의 이해관계가 맞물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제안으로 해석된다.
실제 한미 관세 협상의 키맨으로 알려진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도 해당 제안에 대해 “상당히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현실화될 경우 단순한 MRO 수주를 넘어 미 해군, 연안 물류선, 해양 에너지 구조물 등 비민간 선종을 중심으로 한 부가 수요가 열릴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전체의 5% 수준에 불과했던 한국의 대미 조선 수출 비중 역시 대폭 확대될 수 있어 미국이 전략시장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커졌다는 평가다.
여기에 고효율·친환경 기술력을 앞세운 국내 조선사들의 ‘질적 성장’ 전략이 맞물리며 단순 점유율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 글로벌 발주 자체는 줄었지만, 한국 조선업계가 가져간 선박량을 보면 기술력 중심의 승부에서 주도권을 되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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