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본과 EU 관세 협정 벤치마킹해 15% 상한 기준 요구 예정
셀트리온·SK바이오팜·삼성바이오, 각각 대응 시나리오 검토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최근 일본과 유럽연합(EU)이 미국과 의약품 등 핵심 품목에 15% 관세율을 도입하면서 향후 한국과 미국 간 협상에 중대한 기준이 생겼다. 이로 인해 한국도 미국과의 협상에서 15% 이하의 관세율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상대적 경쟁력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 인천 송도 셀트리온 전경./사진=셀트리온


3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일본과 EU는 의약품에 부과되는 관세를 15% 상한선으로 합의했다. 특히 일본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최혜국(MFN) 조항을 확보해 이후 미국이 제3국에 더 낮은 관세를 허용할 시 일본에도 같은 조건이 직접 적용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EU 역시 해당 관세율을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공산품 전반에 적용되는 상한선으로 평가하며 협상의 기준선 역할을 확실히 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EU와의 협상에서 의약품을 관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언급하고 있어 아직 해석의 여지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한국도 미국과의 관세 협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앞선 두 사례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예상 대비 낮은 수치인 15%를 일본과 EU가 체결하면서 최소 15%라는 기준선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앞서 모든 국가들에게 의약품 리쇼어링 정책을 시사해왔다. 만일 해당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기 위해 한국이 15% 이상의 관세율을 부과받게 될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한 입지를 갖게 된다.

이에 정부도 협상에 있어 일본과 EU의 사례를 적극 벤치마킹해 최소한 15% 상한 기준을 요구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기업들도 각각 사전 대응 시나리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는 북미 지역 재고 비축과 현지 CMO(위탁생산)와의 협상 혹은 인수가 즉각적으로 실효성있는 대응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장 먼저 현지 공장 인수로 행동에 옮긴 것은 셀트리온이었다. 29일 셀트리온은 미국 내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인수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미국 내 생산거점 확보를 앞두게 됐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앞서 미국 재고를 2년치까지 확충한 상태였다. 중장기적으로 미국 현지 CMO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유연한 대응으로 관세 리스크를 해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5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현지 파트너사 계약 확대 및 현지 CMO 공장을 인수해 모든 관세 리스크에서 자유로워지겠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관세 대응 뿐 아니라 향후 미국에서 출시하게 되는 제품군에 있어서도 경쟁력을 뿌리내리기 위해 곧바로 증설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증설은 송도 2공장의 1.5배 수준이 될 전망이다.

SK바이오팜도 일찌감치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은 현지 CMO와 계약을 통해 관세 리스크 대응에 들어갔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가 미국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어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또한 SK바이오팜은 관세율이 확정되는대로 생산라인 일부를 미국 생산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가 1년에서 1년 반의 유예를 주겠다고 말한 기간 내로 공급망도 재설계를 완료할 방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도 미국의 발표에 따른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책을 검토 중이다. 다만 셀트리온과 SK바이오팜과 달리 관세율이 확정된 이후 세부 대응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위탁개발생산)사업 비중이 큰데 직접적인 관세 부담은 고객사로 전가되는 구조다. 이로 인해 단기적인 영향이 제한적이며 비교적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한편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2주 내로 의약품 정책을 발표할 것이며 관세가 더 높아질 예정이기 때문에 EU 입장에서는 의약품을 15% 관세에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본적으로 미국이 의약품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도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을 경우 높은 관세율을 부과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