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원주 아카데미 극장 시민 실형 구형 사건’에 대응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번 기자회견은 더불어민주당 이기헌·조계원 의원실,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실, 아카데미의 친구들, 영화산업위기극복영화인연대, 한국독립영화협회, 문화연대, 블랙리스트 이후가 공동 주최했으며, 문화예술인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이날 회견은 최근 검찰이 원주 아카데미 극장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 24인에게 업무방해, 건조물침입 등의 혐의를 적용해 실형을 구형한 사건과 관련하여, 문화예술계와 시민사회가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참가자들은 해당 사건을 단순한 지역 갈등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문화권, 시민참여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민주주의의 퇴행 사례로 규정하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1963년 개관한 아카데미 극장은 60년 간 지역 시민들과 함께해온 상징적인 문화공간으로, 독특한 건축양식과 근현대사의 흔적을 간직한 문화유산이다. 시민들은 이 극장을 보존하기 위해 7년 간 자발적인 운동을 벌였고, 1억 원에 달하는 시민 모금을 통해 극장 보존 의지를 증명해냈다. 이에 따라 2022년 원주시가 극장을 매입하였고, 문체부 유휴공간 재생사업에 선정되어 총 39억 원의 국도비와 도비도 확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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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원주 아카데미 극장 시민 실형 구형 사건 대응 관계자들. /사진=영화산업위기극복영화인연대 제공 |
하지만 민선 8기 원강수 원주시장은 극장의 문화적 가치를 부정하며 철거 방침을 일방적으로 발표했고, 그 자리에 주차장과 야외 공연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시민들은 원주시 조례에 따른 시정정책토론을 청구하며 숙의와 대화를 요청했으나, 원주시는 주민등록번호 등 과도한 개인정보 보완을 요구하며 이를 반려했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시정 권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은 사실상 시민참여의 통로를 차단한 것이다.
시민들은 극장 앞에서 평화적으로 집회를 열고, 일부는 철거 현장에 올라 철거 중단을 요청하는 등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실천에 나섰지만, 원주시는 이들을 체포하고 형사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 7월 14일, 이들에게 벌금형부터 최대 징역 2년에 이르는 실형을 구형했다.
아카데미의 친구들 사무국장 신동화 활동가는 연대발언을 통해 “시민들이 한 일은 정치적 목적이 아닌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문화적 실천이었다”고 밝히며, “극장 철거 과정에서 수차례 위법을 저지른 행정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는데, 시민들만 범죄자로 몰리는 현실은 정의롭지 않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극장 철거는 문화재보호법, 산업안전보건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위반한 정황이 있으며, 원주시는 극장 용도 변경을 위한 절차도 졸속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리스트 이후 정윤희 디렉터는 이번 사건을 ‘블랙리스트 사태’의 연장선에 있는 일로 보며, 국가가 여전히 표현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시민을 통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예술을 지킨 시민이 범죄자가 되는 현실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며,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회와 정부의 제도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회에, 시민의 문화권과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가 헌법정신에 부합하도록 관련 법률과 제도를 점검·개선하고, 지방정부의 문화유산 보존 정책에 시민 참여와 숙의 절차를 법적으로 보장하며, 자발적 문화 실천을 형사처벌로 규정하는 관행을 중단하고 사법권 남용을 방지할 입법 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참석자들은 원강수 시장에게 시민 고발이라는 비민주적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갈등을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문화유산을 지키려 했던 시민이 범죄자로 내몰리지 않도록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으며, 문화예술인들은 이번 사안을 끝까지 주시하며 시민과 연대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시민 24인에 대한 무죄를 요구하는 온라인 탄원은 개인 3000여 명, 원주를 비롯한 전국의 130여 개 단체가 연명에 참여하였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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