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올해 여름 개봉된 공포 스릴러 한국 영화 중 한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노이즈’(김수진 감독)일 것이다. 지난 6월 25일 개봉해 한 달을 조금 넘긴 시점에서 이 영화를 본 관객도 17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뚜렷한 스타 마케팅이 없는 가운데 거둔 꽤나 의미있는 성적이다.
그런데 ‘노이즈’의 흥행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여름방학에 강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들이 개봉했고, ‘천만 영화’를 기대하는 한국 영화들도 잇따라 개봉하고 있어 관객 동원 속도가 다소 떨어지고는 있지만, 영화에 대한 입소문은 여전히 무섭다. 어쩌면 개봉 직전에 일던 것보다 입소문 자체는 더 강렬하다.
그런데 그 흥행감, 또 영화를 이미 본 관객들 사이에서 부는 입소문의 한복판에 다소 낯선 이름인 전익령 배우가 있다. 올해로 연기 경력이 25년 차에 이르고, 최근 인기를 끌었던 tvN 드라마 '옥씨부인전'에서 포악하고 잔인한 성품의 송씨부인으로 맹활약하기도 한 그 전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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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이즈'에서 다정한 이웃 '정인' 역으로 활약한 전익령 배우. /사진=누아 엔터테인먼트 제공 |
처음 ‘노이즈’를 보겠다고 영화관에 들어갈 때도 전익령이라는 이름을 인지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전익령을 이야기한다. 엔딩 크레딧을 꼼꼼하게 본 사람들은 영화관을 나서며 휴대전화를 열고 ‘전익령’을 검색한다. 엔딩 크레딧을 미처 다 보지 못한 사람들도 휴대전화에서 ‘노이즈’를 검색하고, 출연진을 검색한 후 전익령의 배역을 찾는다.
얼마 전 서울 시내 한 복합상영관에서 ‘노이즈’를 보고 나온 관객에게 물었다.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깊은 캐릭터가 무엇이었냐?”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는 “‘정인’이요”라고 답했다. “정인 역을 연기한 배우가 누군지 아냐?”고 다시 물었더니 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얼굴은 많이 봐서 아는데, 이름은...” 그러자 함께 영화를 본 여자친구는 “드라마 ‘옥씨부인전’의 악녀 송씨부인이잖아”라고 거침없이 대답한다.
이 관객들의 반응처럼 영화 ‘노이즈’ 전익령이 반전 캐릭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영화 ‘노이즈’는 층간소음으로 매일 시끄러운 아파트 단지에서 실종된 여동생을 찾아 나선 주영(이선빈)이 미스터리한 사건과 마주하게 되는 현실 공포 스릴러다. 제57회 시체스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받는 등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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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이즈'에서 전익령이 맡은 '정인'은 겉으로 보면 다정하고, 주인공 주인(이선빈)을 유일하게 이해하고 도와주는 그런 이웃이다.(영화 속 한 장면) /사진=바이포엠 스튜디오 제공 |
이 영화에서 전익령이 맡은 ‘정인’은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배역이다. 사실 이 영화의 결론이기도 하다. 그러니 전익령은 영화가 개봉하기 전은 물론, 개봉한 후에도 좀처럼 영화의 홍보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 나설 수가 없었다. 전익령의 존재가 드러나는 것 자체가 이 영화의 스포일(spoil)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치 30년 전 브래드 피트와 모건 프리먼이 주연했던 할리우드 영화 ‘세븐’의 케빈 스페이시 같은.
그러나 ‘노이즈’를 관람한 관객이 160만 명을 넘어 170만 명에 육박하는 지금은 전익령이 드디어 전면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배우 전익령과의 일문일답이다.
- 영화 ‘노이즈’에서 맡은 역이 804호 정인인데, 어떤 역할인가?
= 영화 속 아파트에는 멀쩡한 사람들이 별로 없다. 모두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그런데 그 가운데 ‘정인’은 거의 유일하게 멀쩡한 보통 사람으로 보인다. 그리고 주인공 이선빈에게 유일하게 다정한 조력자다. 그런데 이제는 많은 분들이 영화를 봐서 알고 있겠지만, 그게 반전이다. 실종되는 사람들을 실종시키는 장본인이었던 것이다. 영화에서 완벽하게 숨겨진 인물이다. 그래서 영화 무대 행사나 언론 시사나 이런 거에 다 빠질 수밖에 없었다.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지 않으면 내 존재는 묻힐 수 밖에 없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봐줘서 이제는 마치 동굴 속에 있다가 세상으로 나온 기분이다.
- 김수진 감독이 제일 먼저 염두에 두고 캐스팅을 했다는데, 처음 이 영화 출연 제의를 받은 건 언제쯤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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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공채 30기로 연기 생할을 시작한 전익령 배우는 연극에서도 맹활약 중이다. /사진=누아 엔터테인먼트 제공 |
= 2023년도 중반 쯤이다. 김수진 감독은 대학교 후배이기도 하다. 김 감독의 단편 영화 등을 영화제에서 본 적이 있고, 어떤 자리에서 중앙대 후배라면서 명함을 줬었다. 칸 영화제에 추천되는 등 실력 있는 분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출연 제의를 해서 놀랐다.
- 처음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 캐릭터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 시나리오를 보니 연기하기 어려운 장면이 있어서 고민은 됐지만 배우로서는 그래도 반전 있는 인물이고,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이기 때문에 재밌겠다는 생각이 더 앞섰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 이전 다른 역할들과는 성격이 다른데 촬영에 들어가기 전 어떤 준비나 생각을 했나?
= 원래 공포 영화를 잘 못 보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막상 내 일이 되니까 볼 수 있겠더라. 그래서 연구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어차피 진짜 내가 아닌 연기를 하는 것은 어떤 역이든 마찬가지인 것 같다.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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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이즈'에서 충격적인 반전의 주인공인 '정인'을 연기한 전익령 배우.(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 /사진=바이포엠 스튜디오 제공 |
-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어떤 면을 특별히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면?
= ‘옥씨부인전’에서 악역인데, ‘노이즈’에서는 색깔들이 다르다. 그런데 영화를 본 분들이 나에게서 새로운 면들을 보더라.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이 “그렇게 착한 네가 어떻게 그렇게 못되게 해”라는 얘기들 많이 한다. 연기를 잘했다는 뜻인 듯. 아무튼 내면의 악함을 끄집어 올려서 보여드린 것 같다.
- 지금 연극도 공연 중이다. ‘킬 미 나우’라는. 연극에서의 역할은 어떤가?
= 장애 아들을 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다. 인물들마다 다툼이 있다. 알코올중독자도 있고, 정신지체 장애인도 있고. 거기서 내가 맡은 역은 모든 것을 가진 부잣집 여자다. 평범한데, 알고 보면 내면은 공허하고, 정서적 고립감이 있고, 자존감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이 연극은 결국 다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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