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책연구기관인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가 추진 중인 SMR(소형모듈형원자로) 추진선 개념설계 프로젝트에 MMR(마이크로모듈형원자로)을 포함하면서 국내 조선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전망이다. 이번 결정은 향후 정부의 연구개발(R&D) 과제화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되며, 특히 SMR 분야에서 핵심 인증을 보유한 HD한국조선해양이 주목받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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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지난 2022년 인도한 200K LNG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HD현대 |
1일 업계에 따르면 KRISO는 현재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을 대상으로 SMR 기반 추진시스템 개념설계를 수행 중이며 기존 가압경수로형 SMR뿐 아니라, 소형·단순한 MMR도 병행 조사 중이다.
MMR은 발전용 대형 SMR의 1~5% 수준에 불과한 출력이지만, 소형 구조와 자가안전성(passive safety)을 바탕으로 연안선, 해양플랜트, 무인 수송선박 등 다양한 해양 인프라에 적용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수년 단위 무급유 운영이 가능하고, 상온 운전이나 일체형 모듈 설계 등으로 설비 공간이 제한적인 선박에 유리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 네스터는 “MMR 시장 자체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마이크로리액터 산업 전체가 연평균 19%대 성장을 보이며 2037년까지 약 8–9억 USD 규모로 확장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이 같은 기술 다각화가 ‘선박용 원자로 기술의 세분화’를 의미하며, SMR 관련 핵심 인증과 설계 역량을 갖춘 HD한국조선해양의 시장 주도권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SMR 탑재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 기본 인증(AIP)을 세계 최초로 획득했고, 미국 SMR 전문기업 테라파워와 협력해 디젤 엔진 수준 크기·중량의 SMR 선박 추진체계를 개발 중이다.
KRISO의 이번 개념설계 과제는 시제품 개발 이전의 기술 스크리닝 단계로, 개념설계–기본설계–실증–인허가로 이어지는 약 15~20년의 기술개발 로드맵을 전제로 한다. 향후 과제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해양수산부의 국가 R&D로 확대될 경우, 국내에서 유일하게 SMR 분야 AIP 인증을 받은 HD한국조선해양이 실증 및 건조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SMR과 MMR은 원자로 핵심 설계 개념, 냉각 방식, 연료주기 및 해양환경 안전성 평가 등에서 공통된 기술 기반을 공유하기 때문에, SMR 개발 경험은 MMR 진입 장벽을 낮추는 ‘기술 인프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경우 HD한국조선해양의 SMR 설계 노하우는 MMR 추진선 설계 진입 장벽을 낮추는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어 기술 이전 비용 절감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KRISO의 이번 개념설계 과제는 기술 범위 확장 뿐 아니라 인증과 설계 인프라를 갖춘 HD한국조선해양이 정부 정책 변화와 규제 정비 속에서 실질적 수혜 기업으로 부상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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