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규제 개선하고, 금융권 RWA 산정방식 개편해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부동산·건설 부문에 대한 과잉 신용공급이 국가경제 전반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증시 부양 등으로 시중 유동자금을 끌어올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 지원을 펼쳐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지목되는 자본시장 규제를 개선하고, 연금자산의 운용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금융권 자금이 생산성 높은 곳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위험가중자산(RWA) 산정 방식을 개편하는 등 금융의 역할을 재고해야 한다는 평가다.

4일 하나금융연구소가 펴낸 하나금융포커스 논단 '진짜 성장' 시대와 금융의 역할평가에 따르면 지난 20여년간 부동산·건설 부문에 대한 과잉 신용공급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소매금융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주택담보대출을 통한 신용공급 확대와 주택경기 활성화 정책 등을 주력으로 펼쳤다. 이 과정에서 주택시장 과열과 대출을 활용한 '빚투(빚내서 투자)' 등이 맞물리면서 부동산 관련 부채는 폭증했다. 

   
▲ 부동산·건설 부문에 대한 과잉 신용공급이 국가경제 전반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증시 부양 등으로 시중 유동자금을 끌어올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 지원을 펼쳐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지목되는 자본시장 규제를 개선하고, 연금자산의 운용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금융권 자금이 생산성 높은 곳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위험가중자산(RWA) 산정 방식을 개편하는 등 금융의 역할을 재고해야 한다는 평가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특히 단기 경기부양 효과가 큰 건설부문 중심의 정책들은 가계부문에 대한 과잉 신용공급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과 통화정책에도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신용 관점에서도 건설·부동산업을 중심으로 레버리지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 금융권의 부동산 관련 대출 규모는 2681조원에 달했다. 이는 최근 5년간 평균 7.8%씩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은행권의 경우 전체 대출 대비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69.6%에 달했으며, 전체 기업대출의 72.4%가 담보대출, 담보대출의 94.3%가 부동산 담보에 기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금융부문의 성장이 부동산금융 성장과 궤를 같이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아울러 부동산 금융 대부분이 여신 위주로 구성돼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를 맞으면 금융권의 시스템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 사실상 가계·기업을 막론하고 부동산금융이 비대해지면서, 부동산금융에 한국 경제와 금융이 발목 잡혀있는 모양새다.
 
이에 정부는 지난 6월 27일 '6·27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는 등 부동산금융 과열 현상을 진정시키고 있다. 여기에 주택 관련 세금 부담 증대, 고평가 이슈 등도 산재하고 있어 부동산시장은 당분간 침체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증권시장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거듭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 완화, 정부의 증시 부양책 표방, 이사 충실의무 확대,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이슈 등 상법 및 세법 개정안이 본격 추진된 덕분이다. 

그럼에도 가계 보유 주식 및 지분증권의 증가율은 2010년대 6.1%에서 2020년대 3.0%로 크게 하락했고, 금융자산/부채 증가율을 지속적으로 하회하고 있다. 여전히 가계의 자산형성이 부동산을 중심으로 편중돼 있고, 자본시장 성장이 부진하다는 게 하나금융연구소의 진단이다.

이에 연구소는 자사주 소각, 배당소득 과세, 지배구조 개선 외에도 혁신금융, 모험자본 공급 등을 정부에서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논단을 집필한 김완중 하나금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결국 가계 잉여자금의 물꼬를 어떻게 터주느냐에 따라 기업 및 자본시장 등 생산적 분야로의 자금 이동을 촉발할 수 있을 것이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목됐던 자사주 소각, 배당소득 과세, 지배구조 개선 등과 같은 구조적 요인들에 대한 개선 노력이 지속돼야 하고 혁신금융, 모험자본 공급과 관련한 제도 확충 등을 통해 가계 잉여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원금보존형 상품에 치우쳐 있는 퇴직연금 등 연금자산의 운용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지원과 함께 관련 세제 혜택 강화 등을 통해 자본시장 내 가계 여유자금의 '록인 효과'를 높여 시장 안정성 제고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진짜 성장을 위한 금융의 역할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정부 보증에 기반한 정책금융과 부동산금융 대신 혁신 산업 및 생산적인 분야에 원활한 자금을 공급하도록 '지속적인 성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산업과 금융 간 칸막이 규제를 전면 재검토해 시중 자금이 생산성 높은 곳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돕고, 정부가 RWA 산정 방식을 개편하는 등 제도·규제 개선에도 힘써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이 단순 자금중개 기능의 역할을 넘어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민생 안정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시대가 됐다"며 "이에 걸맞는 '금융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재고해 볼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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