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이 약 17조원 넘게 빠진 반면, 정기예금은 13조원 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금리가 2%대로 내려온 가운데, 이 같은 머니무브는 다소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미국발 관세부과가 가시화되면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국내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펼치기 보다, 안전한 예금에 여윳자금을 예치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요구불예금은 639조 1914억원으로 집계돼 6월 656조 6806억원 대비 약 17조 4892억원 급감했다. 통상 요구불예금은 투자대기성 자금으로 불린다. 6월에만 하더라도 요구불예금은 5월 대비 약 29조 9317억원 급증했는데, 한 달 새 다시금 대규모 자금이 썰물처럼 빠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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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이 약 17조원 넘게 빠진 반면, 정기예금은 13조원 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금리가 2%대로 내려온 가운데, 이 같은 머니무브는 다소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미국발 관세부과가 가시화되면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국내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펼치기 보다, 안전한 예금에 여윳자금을 예치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반면 정기예금 잔액은 급증했다. 지난달 말 정기예금 잔액은 944조 8600억원을 기록해 전달 931조 9343억원 대비 약 12조 9257억원 불어났다. 정기적금 잔액도 43조 8169억원을 기록해 전달 42조 8169억원 대비 약 6049억원 늘었다.
하지만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시장금리 하락을 반영해 갈수록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연 2.45~2.55%에 불과하다.
5대 은행 중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으로 연 2.55%를 기록했다. 이어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이 연 2.50%로 뒤를 이었고,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 등이 각각 2.45%를 기록했다.
저금리에도 불구 이 같은 은행 수신자금 변화는 대기업 등 법인들의 기조 변화가 크게 작용한다. 미국발 관세부과 여파로 기업들이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기보다, 상황을 관망하며 여윳자금을 안전하게 유지하는 등 보수적인 경영방침을 세운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업계에 따르면 5대 은행 중 세 곳이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대기업 등 법인들로부터 신규 정기예금을 유치했다. 특히 한 시중은행에서는 지난달 요구불예금 잔액이 2조원 가량 급감했는데, 상당 부분 법인자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개인고객의 요구불예금은 늘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은행권 요구불예금이 지금보다 더욱 감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새 세제개편안에서 주식 투자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는 내용을 발표한 까닭이다. 해당 개편안은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50억원 보유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주식을 팔 때마다 내는 증권거래세율을 현행 0.15%에서 0.20%로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발표 이후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지난 1일 코스피 지수는 3.88% 급락했고, 코스닥 지수는 4% 넘게 빠지기도 했다. 이에 저금리에도 불구 안전하게 투자금을 유지하려는 수요가 정기예금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증시 매력이 반감하면서 저금리에도 불구 은행 예금에 안전하게 자금을 예치하려는 수요가 꽤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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