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한화오션이 미국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를 거점으로 LNG운반선 수주에 성공하며 미국 상선 건조 시장 진출에 본격 나섰다. 동시에 미 해군·해안경비대 대상 군함 및 정부 발주 선박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며, 미국 조선·해양 시장에서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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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필리십야드 5도크 작업 현장./사진=한화오션 |
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최근 필리조선소 명의로 미국 해양경비대(USCG)의 인증을 받는 LNG운반선 1척을 수주했다. 겉으로는 미국 내 조선소가 수주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인 건조는 한국 거제조선소에서 진행된다. 완성된 선박은 미국으로 운반돼 필리조선소에서 미국 해양경비대 인증을 거친 뒤 미국 선적(Flag)을 받게 된다.
기술과 생산은 한국이 인증과 등록은 미국이 맡는 ‘브릿지 모델’ 구조다. 이는 미국산 LNG 수송 시 자국 선박을 의무화하는 ‘존스법’ 조항 대응 전략의 일환이다. 2029년부터 발효될 예정인 해당 조항은 미국산 LNG 수출분 중 일정 비율을 미국 선적으로 운송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상선 자립’ 전략이 본격화되면 미국 선적으로 등록 가능한 선박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수주는 단순한 건조 계약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며 “미국 내에서 선적 및 법적 등록이 가능한 조선소는 필리조선소가 사실상 유일한 민간 조선소인 만큼, 시범 사업 성격이 짙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미국 내 법적 선박 수요가 늘어나면, 한화오션은 기술력과 생산 인프라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를 거점으로 미 해군·해안경비대 대상 군함 및 정부 발주 선박의 MRO 사업을 본격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내 조선 3사(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는 2027년까지 대부분의 건조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단기 신규 수주 대응 여력이 제한적이다. 때문에 단기 수주 여력이 부족한 가운데 설비 확충 없이도 대응 가능한 MRO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화오션은 한화시스템과의 시너지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국방 및 상업용 선박 수주 확대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통상 MRO는 대부분 선박 개조 및 수리에 국한되기 때문에 대형 도크나 전용 설비가 필요치 않으며, 중소 조선업체와의 협업만으로도 규모 확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필리조선소 수주 물량이 국내 중소 협력업체로 일부 이전된다면 설비 증설 없이도 수익 확대가 가능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구조다. 비용 효율성 또한 높아진다.
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이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며 국내 협력업체들과의 유기적인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할 경우, 해외 수요를 흡수하는 동시에 국내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부가가치 선박의 건조가 대형조선소의 몫이라면, 유지·보수 시장은 지역 기반 중소업체와의 상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은 향후 필리조선소를 MRO 거점으로 활용해 미국 내 군수·상선 수리 시장에 본격 진출할 전망”이라며 “중소협력사와의 협력 또한 이뤄진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 뿐 아니라 수주 물량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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