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하락에 재고평가손실 ‘쑥’
환율 하락 등 겹치며 2분기 적자행진
친환경 사업 전환·AI 도입 등으로 유가 영향 ↓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정유업계가 2분기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해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을 기록했다. 이 영향으로 정유업체들은 2분기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국제 유가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정유업체들은 유가 변동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비정유 사업 확대, 공정 고도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 HD현대오일뱅크 공장 전경./사진=HD현대오일뱅크 제공


6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2분기 석유 사업에서만 3000억 원의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했다. S-OIL도 2분기 1833억 원의 재고평가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HD현대오일뱅크는 재고평가손실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재고평가손실 영향을 피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재고평가손실은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해 보유 재고의 가치가 하락한 데 따른 결과다. 정유업체들은 원유를 수입하고 정제한 뒤 판매하기까지 통상 2~3개월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원유를 구매한 뒤 판매 시점에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 그만큼 재고 가치도 떨어져 손실로 이어진다.

실제로 국제 유가는 2분기 들어 하락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지난 2월 배럴당 76.15달러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5월 초 59달러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후 6월 중순에 배럴당 76달러 수준까지 회복했으나 6월 말에는 다시 68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재고평가손실은 실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석유 사업에서 영업손실 4663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42억 원 흑자에서 적자전환했다. S-OIL은 2분기 영업손실 3440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1606억 원 영업이익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HD현대오일뱅크도 영업손실 241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34억 원 흑자에서 적자전환했다. GS칼텍스 역시 2분기 20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환율 하락이나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다양한 원인이 있으나 국제 유가 하락이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며 “국제 유가가 상승해 재고평가수익을 올리더라도 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 감소가 나타날 수 있어 실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국제 유가 등락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이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비정유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이 꼽힌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와 리사이클링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했으며, S-OIL은 샤힌 프로젝트를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석유화학 업황 부진을 우려하고 있지만 S-OIL 측은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익성 확보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도 바이오·수소·재활용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축에 나섰으며, GS칼텍스도 저탄소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저탄소 신사업으로는 화이트 바이오·수소·재활용 사업 등이  포함돼 있으며, 이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대응하고 있다.

또 고도화 설비를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하고, 설비 효율화를 통해서도 유가 변동성에 따른 리스크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AI(인공지능) 활용이 공정 최적화와 에너지 효율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GS칼텍스는 여수공장에서 AI 모델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생산 공정에 활용 중이다. AI 모델이 공정 데이터를 분석해 각 제품의 사양을 예측하고, 이를 기반으로 최적 운전 조건을 도출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업계 내에서 친환경 사업 쪽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정유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탈탄소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중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