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볼루션’에 맞선 아시아 철강 보호무역 강화
한국·일본 맞반덤핑, 근본적 과잉 공급 문제 해결은 ‘글쎄’
신흥 시장 개척, 인도·동남아 수출 확대가 과잉 공급 해법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최근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의 범람으로 인해 주변국들이 자국 철강 시장을 지키기 위한 조치가 이어지면서, 국내 철강 기업들도 새로운 활로 개척이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시장 방어를 위한 반덤핑 관세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역시 보복 관세 조치를 취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도 수출 다변화 등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 지난 5월 말 전면 생산 중단된 동국제강 인천공장에서 철근이 생산되고 있다./사진=동국제강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일본 경제산업성(METI)과 재무성은 한국산 아연도금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이날 일본 철강연합회 회장 이마이 다다시는 “이 조사는 WTO 규정에 따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진행된다”며 지속 감시와 추가 조치 검토 방침을 밝혔다.

이는 한국의 반덤핑 관세에 맞대응한 사례로 풀이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은 지난해 12월부터 중국산과 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착수했으며, 지난 7월24일 중국산 열연강판에 28.16~33.1%, 일본산 열연강판에 31.58~33.57%의 잠정 덤핑방지관세 예비판정을 내렸다. 수입산 열연강판이 국내산보다 최대 10%가량 저렴하게 유통되며 가격 질서를 왜곡하고 있다는 점이 주요 근거였다. 또 동국제강 등 냉연사들도 컬러강판과 아연도금강판 등의 제품에 추가적인 반덤핑 제소를 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보호무역 조치가 중국의 과잉 생산과 저가 수출이 심화된 데 따른 것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 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은 중국 철강사들이 원가 이하 가격으로 제품을 내놓지만, 생산을 늘릴수록 손실이 커지는 ‘자멸적 경쟁’ 구조에 빠졌다고 보도하는 등 철강산업이 불안정한 상태다. 

◆ 전 세계 철강시장, 침체 사이클...수요 부족에 자국 시장 방어 추세

철강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넘어선 지 오래다. 주요 시장인 미국은 수출에 쿼터에 따른 물량 제한이 있고, 최근 50% 관세 대상이 되면서 수익을 보기 어려운 시장이 됐다. 

국내 수요 역시 건설 경기의 침체 등으로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중국의 저가 수입재 공세는 시장 가격 하락 등 국내 철강 업체들에게 수익 감소와 판매 감소라는 이중고를 안기고 있다. 

이에 국내 철강 기업들은 열연강판과 후판 등 주요 제품에 반덤핑 제소를 걸었고, 이를 시발점으로 각 제품들에 대한 반덤핑 제소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에 따라 일본에서도 맞불을 놓는 등 보복성 조치가 이뤄지면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일본의 관세 맞대응은 후판과 열연강판에 이어 국내 냉연 제조사들이 컬러강판을 비롯한 도금강판에 추가로 반덤핑 제소를 걸면서 이에 대한 맞대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근본적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 시장은 수요 감소로 인해 저가 수출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 철강 산업 특성상 적자를 보더라도 고정비용 확보 등을 위해 한계이익까지 생산을 하다 보니 공급 과잉 현상이 줄지 않고 있다. 

실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와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인볼루션식 경쟁'을 불공정 가격 책정 관행에 포함시키도록 업데이트하는 등 가격 감시·시장 안정화 조치를 강화해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미 중국의 과잉 생산으로 글로벌 시장에 대량의 물량이 풀린 상태라, 이러한 조치가 공급 과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과 일본의 반덤핑 조치는 단기적으로 자국 산업 보호 효과가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보호무역 조치는 임시 방편일 뿐이고 수요 부족 현상은 여전해 글로벌 시장 불균형과 후방 산업별 가격 저항 등의 문제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

◆결국은 수출 다변화, 품질경쟁력 강화해야

업계에서는 결국 고객을 설득할 수 있는 품질 경쟁력과 새로운 해외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인도의 경우 국내 정부가 지난달 18일 인도 철강부 차관과 면담하며 한국-인도 철강 분야 협력 방안과 우리 기업의 인도 수출 애로 등을 논의하는 등 가장 유력한 고객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연 경제성장률이 6.5%~7%대에 이르는 인도는 14억4000만 명의 인구를 거느린 거대 소비시장으로 향후 철강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이다. 따라서 인도와 같은 신흥 시장으로의 수출 확대는 과잉 공급 문제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동남아시아 시장 역시 주목된다. 글로벌 무역 데이터 분석 플랫폼 ‘tradeint’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철강 수출 비중은 인도와 함께 베트남 또한 상위권에 위치는 등 주요 수출국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며, 베트남은 최근 몇 년 간 경제 성장과 함께 철강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단기적인 보호무역 조치로 인해 중국산 저가 물량이 제한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동남아시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인프라 건설과 제조업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국가를 중심으로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면, 글로벌 공급 과잉 문제를 일부 완화하고 장기적인 시장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밖에 해외 건자재 시장 외에도 자동차, 가전 등 고급 수요 시장 개척을 위한 고품질 전략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이미 포스코의 WP(월드프리미엄) 제품이나 동국제강의 럭스틸 등 고급 브랜드 전략을 통한 판매 전략에 나서고 있다. 경쟁을 위해서는 품질 유지와 신수요 개척 등이 꾸준히 병행돼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많이 확산되고 있다”며 “인도, 동남아 등 철강 수요가 있는 지역을 선점하고, 최대한 신규 고객사를 모집해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