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IMO 탄소세 거부…국제 해운 규제 공조 흔들
LNG·컨테이너선 발주, 친환경 전략과 병행
MASGA 협력 속 국내 조선사 균형 전략 본격화
[미디어펜=이용현 기자]친환경 선박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강화해온 국내 조선업계가 미국과의 조선 협력 프로젝트로 MASGA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이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세 부과에 적극적인 반대 의지를 표명하면서 국내 조선사의 투트랙 전략 강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IMO의 탄소세 부과는 온실가스 감축 규제의 일환으로 탄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의 경우 운항비가 급증한다. 노후선을 퇴거시키고 국제 기준에 맞는 친환경 선박으로의 교체를 장려하기 위한 규제로, 자국 내 선박 생산 기지가 없는 미국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 미국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사진=한화오션


◆ 미국, IMO 탄소세 전면 반대…국제 공조 흔들리나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하워드 루트닉 상무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숀 더피 교통부 장관 등을 포함한 미 정부는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는 IMO를 명백히 거부하며, 미국 시민, 에너지 공급업체, 해운 회사 및 그 고객, 또는 관광객을 위해 비용을 증가시키는 어떠한 행동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IMO 회원국들에게도 지지를 구하고, 이 노력이 실패할 경우 보복하거나 구제책을 모색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임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4월 미국 정부가 IMO의 순배출 제로 계획에 거부의사를 밝히며 탈퇴한 이후, 동맹국들로부터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재차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계획은 5000톤 이상 선박이 일정 기준 이상 연료 집약도를 초과하면 톤당 100달러(약 13만9000원)에서 최대 380달러(약 52만7000원)의 벌금을 내야 하는 탄소세 규제를 포함한다. 이는 화석연료 부활을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와 반대되지만, IMO는 오는 10월 해당 규제를 승인할 예정이며 2027년부터 발효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IMO 탄소세 반대 배경으로는 미국 내 친환경 기술 개발 설비의 부족이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그린 메탄올과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 생산량이 극히 제한적인 만큼, 기술 개발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규제를 부과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다”며 “자국 내 생산 기반을 어느정도 확보한 유럽과 다르게 미국은 상대적으로 준비가 부족해 IMO의 일방적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의 반대의사 발언 이후 IMO 회원국들의 구체적인 대응 동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대신 지난 4월 IMO가 순배출 제로 계획을 채택할 당시를 살펴보면, 중국과 브라질, EU 등 63개국 이상이 프레임워크를 지지하며 찬성 입장을 표명한 반면, 주요 자원·에너지 강국인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일부 산유국은 기술적·경제적 현실을 이유로 반대했다. 이들 반대국은 “중간 목표지점인 2030년까지 선박의 탄소집약도를 2008년 대비 40% 이상 줄이는 목표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며, 이로 인해 불필요한 처벌이 초래될 것이라고 반대의사를 내비쳤다

   
▲ 산업통상자원부가 3일 공개한 ‘마스가’ 모자./사진=산업통상자원부


◆ 국내 조선사들, 친환경 기조 속 미국과 협력

업계에서는 이러한 미국의 행보가 한국 조선업계의 수익구조와 반대되는 구조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조선사들이 그간 친환경 선박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강화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클락슨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글로벌 대체연료 선박 발주량의 67.4%가 한국 조선소에서 이루어지며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는 IMO의 탄소배출 규제에 따른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에 힘입은 결과다.

또한 IMO가 제시한 2050년까지 해운 부문의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글로벌 선주사들은 친환경 선박 수요를 계속 늘릴 전망이다. 클락슨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총 234척의 선박이 신규 발주됐으며, 이 중 112척이 대체연료 선박인 것으로 알려졌다.이는 2022년의 역대 최대 규모인 54.5%를 상회한 수준이다. 

다만 미국이 IMO 탄소세에 적극적인 거부감을 보이면서, 한국 조선사들은 기존 친환경 선박 전략과 미국 시장 대응이라는 두 가지 축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위한 키카드로 한국이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MASGA’를 제안한 만큼 미국의 기조를 적극으로 반대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서다.

결국 미국과의 MASGA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시장 진출을 고려할 경우, 국내 조선사들은 미 정부의 입장과 기존 친환경 선박 중심 전략과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LNG 운반선이나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미국 시장 수요가 예상되는 선박에 대해 설계 옵션을 다양화하고, 미국 내 규제와 경제적 환경에 부합하는 선박 역시 건조하는 병행 전략이 요구된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IMO 규제 대응 차원에서 친환경 선박 개발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LNG 운반선은 수주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며 “친환경 선박 개발은 미래 시장 대비, 기존 선박들은 미국의 반대 기조에 따라 수주의 기회로 삼는 투트랙 전략을 병행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조선사들이 이미 친환경 선박뿐만 아니라 미국의 기조에 맞춘 화석연료 관련 선박 수주에서도 강세를 보여온 점 역시 주목된다. 실제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은 LNG 운반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LPG선 등 전통 에너지 운반선 분야에서 글로벌 발주 물량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며 실적을 쌓아왔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술 발전에 따라 친환경 연료로 글로벌 시장의 발주 추세가 기울어가고 있으나, 기존 화석 연료 선박 역시 건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에 수요가 있으면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며 “IMO회원국과 미국 양 측의 니즈를 모두 충족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국내 조선사들이 친환경 선박으로 미래 시장을 준비하는 동시에, 기존 화석연료 운반선 수주를 통해 단기 수익성을 확보해온 만큼, 미국의 반 IMO 기조 속에서도 두 축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현실적으로 가동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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