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우리나라 원화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10억원 초과 보유한 투자자가 1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청년세대 중에서도 10억원 초과 보유자가 137명에 달해 눈길을 끌었다. 정부가 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의 종목당 주식보유액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으로 논란을 빚은 만큼, 의미있는 수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이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가상자산 10억원 초과 보유자는 1만 81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국내 5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에 보유한 가상자산 가액은 1인당 평균 22억 288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5대 거래소 전체 이용자 1086만 6371명의 1인당 평균 보유액 1027만원 대비 약 200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지난달 초부터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이 1억 5000만원 후반대를 호가하면서 투자자들의 보유액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가상자산 10억원 초과 보유자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50대가 399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 3086명, 60대 이상 2426명, 30대 1167명 순이었다. 20대는 137명에 그쳤는데, 1인당 평균 보유액은 26억 8871만원으로 타 연령대보다 압도적이었다. 40대와 50대는 1인당 평균 각 21억 3956만원, 21억 4395만원을 보유해 전체 10억원 초과 보유자들의 평균치를 밑돌았다. 30대와 60대 이상은 각 23억 6559만원, 23억 9064만원으로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투자자도 점점 불어나고 있다. 5대 거래소 이용자는 총 1086만 6371명(중복 포함)에 달한다. 이는 가상자산이나 예치금 보유 여부와 관계 없이 지난 5일 기준 매매가 가능한 계좌를 보유한 이용자 수를 모두 합산한 수치로, 우리나라 인구 약 5169만명의 5분의 1에 달한다. 업비트가 568만 1871명으로 가장 많았고, △빗썸 394만 9317명 △코인원 81만 5585명 △코빗 25만 3783명 △고팍스 16만 5815명 순이었다. 

이들의 전체 보유액은 111조 6504억원으로 집계됐다. 연령대별로 보면 3040 세대가 전체의 55%로 과반을 차지했다. 30대가 300만 4727명으로 연령대 중 유일하게 300만명을 넘었고, 40대도 293만 4146명에 달했다. 이어 △50대 205만 5941명 △20대 198만 1920명 △60대 이상 80만 5358명 등으로 집계됐다.

연령대별 1인당 평균 보유액은 △20대 206만원 △30대 632만원 △40대 1137만원 △50대 1768만원 △60대 이상 2340만원 등으로 나이대에 맞춰 보유액이 비례하는 모습을 보였다.

거래소별 1인당 평균 보유액의 차이도 컸다. 업비트의 1인당 평균 보유액은 1468만원으로 5대 거래소 전체 평균 1027만원 대비 약 40% 이상 높았다. 이어 △코빗 742만원 △빗썸 564만원 △코인원 467만원 △고팍스 165만원 순이었다.

한편 가상자산 투자 소득에 따른 과세는 오는 2027년 1월 이후로 유예된 상태다. 양도세도 부과되지 않는다.

박 의원은 "확장 재정 기조 속에 세수 확보에 열을 올리는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정부가 2027년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는 유예 기간 투자자 보호를 위한 합리적 과세 체계와 실효성 있는 보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