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미디어펜 김소정 기자]이재명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에서 평화를 만들어가는 피스 메이커’ 역할을 요청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만날 것을 권유한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이 같은 관심에 적극 호응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진행한 모두발언에서 한국과 조선업 협력을 예기하면서도 한국이 미국의 군사장비를 구매해야 한다며 다소 압박성 발언을 꺼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모두발언과 이어진 취재진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진행돼 북한 문제가 주로 다뤄졌다.
특히 이날 정상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글을 올려 “한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해 파장이 일며 우리 측이 크게 긴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이 나오고 두 정상의 관련 발언으로 적절하게 해명과 해소가 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논란이 진화됐다.
이날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모두발언을 통해 “사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때 선박을 하루에 1대씩 건조했지만 이제 우리가 한국에서 선박을 구매해야 한다. 앞으로 한국과 협력을 통해서 미국에서 선박이 다시 건조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하나 우리가 의논해야 할 일은 군사장비 구매에 대한 것이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군사장비를 만든다. B-2는 굉장히 성공적이었다. 최근 작전에서 왕복 36시간을 비행했고 거기에 52개의 탱크가 들어갔다. 한국이 미국의 뛰어난 군사장비를 많이 구매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조선 분야뿐 아니라 제조업 분야에서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도 함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면서 “또 한가지 꼭 말씀드려야할 것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시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하나 지어서 거기에서 저도 골프를 칠 수 있게 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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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8.26./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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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피스 메이커로서 역할이 눈에 띄고 있다”며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여러 곳의 전쟁들이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로 휴전되고 평화가 찾아오고 있다. 세계 지도자 중에 전 세계의 평화 문제에 트럼프 대통령처럼 관심을 갖고 실제로 성과를 낸 경우는 처음으로 보여진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저의 관여로 남북 관계가 잘 개선되기는 쉽지 않은 상태인데, 실제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또 “든든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대한민국이 성장하고 발전해왔고, 앞으로도 한미동맹을 군사 분야뿐 아니라 경제 분야와 과학기술 분야까지 확장해서 미래형으로 발전시켰으면 좋겠다”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정말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저는 아주 두터운 관계다.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남북관계 발전에 이 대통령이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가 함께 노력한다면 어느 정도 진전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내가 김정은에게 ‘로켓맨’이라 하며 한때 설전을 주고받을 때가 있었는데, 김 위원장과 통화를 하기 시작했고, 김 위원장이 조만간 평창올림픽이 열릴텐데 북한도 출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후 사상 최고의 가장 성공적인 평창올림픽을 한국이 개최했고, 올림픽 성공에 미국이 일조한 점에 대해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 미국도 곧 올림픽을 주최할 예정이다. 그래서 우리도 미국에서 그런 성공적인 올림픽을 주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가 ‘김 위원장을 올해와 내년 중 언제 만나실 생각인지’를 묻자 “구체적인 일정을 말하기 어렵지만 올해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중국을 연쇄 방문할 의사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도 제가 방중하기를 바라고 있다. 미중 관계도 중요하다. 관세 덕분에 중국으로부터 상당한 세수가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리고 중국 유학생이 미국에 와서 공부하는 것도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계획인지’를 묻는 기자 질문에도 “기꺼이 참석할 의향이 있다. 무역회의와 관련해서 한국을 방문할 수도 있다.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수 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관계가 아주 좋다. 그리고 한국과 남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적극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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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8.26./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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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양 정상이 신뢰를 쌓은 성공적인 정상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회담 이후 브리핑을 열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묻고 교역 및 관세 협상을 점검했다. 이어 미국 조선업의 현재와 미래를 얘기했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던 일을 들려줬다”며 “이 대통령에게 중국과 북한에 대한 생각을 묻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APEC에 초청하면서 김 위원장과 만남을 추진해보기를 권유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슬기로운 제안”이라며 “당신은 전사다.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는 말로 친밀감을 여러차례 드러냈다고 전했다.
사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2시간 40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글을 올리면서 판을 흔들려고 한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는 이날 오전 9시20분쯤 트루스소셜에서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WHAT IS GOING ON IN SOUTH KOREA? Seems like a Purge or Revolution)”면서 “우리는 그런 곳에서 사업을 할 수는 없다. 저는 오늘 백악관에서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고 했다.
이후 정상회담 도중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교회와 오산 미군 기지 압수수색 압수수색 얘기가 있는데, 사실이라면 유감”이라며 말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친위 쿠데타로 인한 내란 상황에 대해 국회가 주도하는 특검에 의해서 사실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검사가 미군을 직접 수사한게 아니라 그 부대 안에 있는 한국군의 통제 시스템을 확인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어진 오찬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진행되는 상황을 물어봤고,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발언한 것처럼 특검 수사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공개된 정상회담 과정에서 ”(처음부터) 오해라고 생각했었다. 교회를 급습했다는 루머가 있어 말씀드렸던 것“이라고 답해 이 문제는 해프닝으로 일단락된 셈이다.
이날 양자회담을 마친 두 정상은 백악관의 캐비넷 룸(Cabinet Room)으로 옮겨서 확대회담을 이어가면서 2시간여 정상회담을 마무리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한미 기업인들이 함께하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첨단산업, 전략산업, 공급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미 기업인들의 투자와 경제 협력을 독려한다. 이후 이 대통령은 워싱턴 DC의 유력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초청으로 대한민국의 대외 정책과 동맹 비전을 제시는 정책연설도 한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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