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수행단이 잇따라 한미 간 대규모 투자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있다. 특히 조선분야에선 HD현대와 삼성중공업이 새로운 성과를 올리며 MASGA프로젝트에 힘을 더하는 분위기다. 이중 삼성중공업의 경우 군함 건조나 정비(MRO)라는 MASGA 핵심 사업에서 상대적으로 입지가 약하다는 평가가 뒤따르지만 기술공급·LNG 분야 선두주자의 강점을 살려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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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중공업의 FLNG./사진=삼성중공업 |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는 이날 미국 워싱턴 DC에서 비거 마린 그룹(Vigor Marine Group)과 미국 해군의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등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기점으로 미 해군 및 해상수송사령부 MRO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한다는 구상이다.
국내 조선업계도 고삐를 당기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HD현대는 MASGA 프로젝트의 구체화를 위해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앞서 조선 3사(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가 정부와 함께 MASGA 프로젝트 관련 TF를 꾸린 후 첫 행보다. 3사는 차후 조선협력 펀드의 구체적인 이행방향 등 논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 군함 없는 삼성중공업, 당면한 문제는?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이 MASGA 프로젝트에서 한 발 뒤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그룹이 방산 분야 진출에 보수적인 행보를 보여오면서다. 현재 삼성중공업을 포함한 삼성 그룹은 방산 사업을 정리한 이후 이쪽 산업에 진출하지 않은 상태다. 방산 사업이 그룹 내 주력 사업이자 글로벌 소비자 전자 브랜드인 삼성전자 이미지와 충돌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삼성테크윈(K9 자주포), 삼성탈레스(레이더 시스템) 등 일부 방산 계열사가 존재했으나 2015년 한화그룹에 매각하면서 사실상 방산 사업에서 철수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삼성중공업 역시 군함 건조에 직접 뛰어드는 데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HD현대, 한화오션과 달리 군함이나 잠수함 건조 경험이 전무하며, 이를 총괄하는 특수선사업부 역시 부재해 즉각적인 진출 또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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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거 마린 그룹이 운영하는 오리건주의 스완 아일랜드 조선소 전경./사진=삼성중공업 |
다만 MRO 분야에서는 낭보가 전해졌다. 삼성중공업이 이번 방미 일정에서 미국 워싱턴DC에서 비거 마린 그룹(Vigor Marine Group)과 미 해군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관련 전략적 파트너십(MOU)을 체결한 것이다.
이는 MASGA 프로젝트의 주요 축인 MRO 분야에 삼성중공업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올린 사례다. 다만 MRO 사업은 일반 상선 건조 대비 수익성이 낮고, 삼성중공업이 현재 거제조선소에서 약 3년치 상선 수주를 확보한 상황에서, 고부가가치 선박을 포기하고 도크를 비워야 하는 구조적 제약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제조선소 내 3개의 도크를 보유한 삼성중공업이 고부가사업을 미루고 미국과의 협력을 MRO를 우선적으로 수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상징적 협력의 의미는 크지만 장기적으로 주력 사업이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삼성만의 MASGA, ‘소프트 경쟁력’·‘LNG·FLNG’
하지만 삼성중공업이 방산 분야 제약으로 인해 MASGA에서 밀려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군함을 만들진 않지만, 디지털 설계, 스마트십 기반 기술을 통해 간접적으로 참여할 여지가 있다.
실제 삼성중공업은 ‘스마트십’ 플랫폼인 SVESSEL을 통해 디지털 설계와 예지정비 기술을 개발해 왔다. IoT, AI 기술을 활용한 SVESSEL CBM은 선박 주요 장비의 진동, 전류 신호를 원격으로 분석해, 실시간 고장 진단과 유지보수 시점 예측이 가능한 스마트 설루션이다.
이는 지난 2023년 미국 ABS선급으로부터 상태기반 스마트 고장진단 시스템인 'SVESSEL CBM'에 대한 SMART MHM(Machinery Health Monitoring) AIP 인증을 획득하는 등 기술 신뢰성을 미국에 입증하기도 했다.
아울러 삼성은 26일 비거 마린 그룹과의 MRO를 체결하면서 미국 조선소들과의 공동 건조 뿐 아니라, 조선 기자재 클러스터, 숙련공 및 선원 트레이닝 센터 조성까지 협력을 확대할 계획을 내부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는 ‘소프트 경쟁력’을 활용한 새로운 협력 모델로, 미 조선업의 생산 기반과 인력 생태계 강화라는 MASGA의 목적과 직결된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하는 화석연료 부활 정책과 미국 LNG 수출 확대 전략에 맞춰, 삼성중공업에도 협력 기회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LNG운반선과 FLNG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지니고 있어 미국 에너지 수출의 핵심 인프라와 직접 맞물린다는 평가다. 즉 군함 건조가 아닌 LNG·FLNG 협력을 통해 MASGA의 본래 목표인 '미국 조선업 재건'을 충실히 지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한국 조선업계는 전 세계 발주 LNG 운반선의 약 62%를 수주하며, 중국(38%)을 크게 앞섰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 18일 오세아니아 선주 2곳으로부터 LNG운반선 6척을 총 2.1조 원에 수주하는 등 꾸준히 수주 실적을 쌓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LNG 관련 협력안이 논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국과 합작회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며 일본과 한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FLNG 분야에서는 삼성중공업이 미국의 유일한 파트너로 사실상 독점적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올해 2월 기준, 전 세계 발주된 FLNG 9기 가운데 5기를 수주한 바 있다. 과거 경쟁사로 거론되던 중국 위슨조선소는 올해 초 미국 거래 금지 기업 리스트에 오르면서 FLNG 발주 시 삼성중공업의 수주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의 강점은 군함보다 복잡한 상선·해양 프로젝트에서 발휘된다"며, "이 기술적 자원은 미 해군이 직면한 적기 인도와 생산성 문제 해결에도 실질적 해법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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