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출 규제 속 국내 공급망 안정화 기여… 한미 경제 협력 강화 기대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고려아연이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인 게르마늄 생산을 위한 신규 공장 설립에 나서며 국내 전략 광물 자립에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딛는다. 게르마늄은 방산, 우주,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금속으로 최근 중국의 수출 규제 품목으로 지정되며 글로벌 공급망 불안의 중심에 서 있다.

   
▲ 고려아연 그랑서울./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은 최근 울산 온산제련소 부지 내에 게르마늄 생산을 위한 전용 공장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총 투자 규모는 약 1400억 원으로 내년 상반기 착공 후 2027년 하반기 시운전을 거쳐 2028년 상반기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연간 생산 목표는 고순도 이산화게르마늄 기준 약 10톤이다.

게르마늄은 야간투시경, 열화상 장비, 적외선 센서 등 방위산업은 물론, 인공위성 태양전지, 고성능 반도체, LED, 광섬유, 초전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 폭넓게 활용된다. 특히 중국이 2023년부터 게르마늄과 갈륨에 대해 수출 허가제를 도입하고 지난해 말부터는 미국 수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공급망 안정화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정제 게르마늄 생산량의 68%가 중국에서 나왔으며 미국 지질조사국(USGS) 역시 중국을 주요 생산국으로 지목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략 광물의 생산 편중 문제를 지적하고 중국이 22개 품목에서 지배적 생산국 지위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처럼 전략 광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 구조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무역협회는 국내 생산이 부족한 광물에 대해 비축 확대, 재자원화 기술 확보, 재생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의 공장 설립은 이러한 정책 방향과 맞물려 국내 전략 광물 생산 기반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공급망안정화위원회 회의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공급망 안정은 경제 혁신의 핵심”이라며 핵심 품목의 국내 생산 확대와 수입 다변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고려아연은 세계 최대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장기 공급 계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한미 경제 협력의 실질적 성과도 확보했다. 향후 상업 생산이 본격화되면 미국 수출 확대도 추진할 계획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국가 기간산업을 책임지는 기업으로서 자원 주권을 지키고 경제 안보를 강화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심화되는 가운데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해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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