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CATL이 연내 헝가리 공장 가동을 예고하면서 국내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수주·가격 전략에 구조적 재편 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다만 기존 유럽 생산거점과 프리미엄 OEM(위탁생산업체) 네트워크, EU 배터리 규정 대응에서 앞서온 방어막이 단기 충격을 흡수할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중국 CATL의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 가동이 유럽 완성차의 현지 조달·비용 기준을 바꾸면서 유럽 물량·가격 협상력에 구조적 압박이 더해질 전망이다.
◆CATL 수주 판도 바꾸나…"LFP 가격 민감도 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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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푸젠성 닝더시 소재 CATL 본사./사진=CATL |
CATL은 데브레첸에 연 100GWh 규모의 대형 셀 공장을 건설 중이며 2025년부터 단계적 생산 개시를 예고했다. CATL은 유럽 OEM의 현지 조달 다변화를 가속할 여건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 모듈 조립과 라인 램프업을 선행해 물류비 절감·규제 적합성을 확보할 경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부문에서 가격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조달 전략을 바꾸고 유럽 내 물량·가격 협상 구도를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 EU(유럽연합)는 2025년 이후 전기차 수요 진작과 함께 배터리 현지 콘텐츠 요구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에 공장별 탄소발자국 공개·라벨링 등 지속가능성 규정이 단계적으로 의무화되고 있다.
해당 조치는 역내 생산 능력을 확보한 공급사에 기회지만 동시에 에너지 믹스·재생전력 비중·리사이클 원료 투입 등에서 공장별 탄소 성적이 가격 및 수주에 직접 반영될 가능성을 높인다.
국내 3사는 이미 헝가리·폴란드 등에서 생산기지를 운영하며 독일·동유럽 OEM과의 공급망 락인 효과(소비자를 서비스에 묶어두는 전략)를 구축해 왔다. 다만 비중국 글로벌 사용량 지표에서 보듯 프리미엄·고니켈 계열의 회복 여지는 남아 있으나 유럽 내 수요 변동성과 코스트 구간의 경쟁 심화는 실적 민감도를 높이는 요소다.
특히 LFP 배터리와 같은 제품군에서 가격 지배력이 큰 CATL의 유럽 현지화가 가속될 경우 중저가 트림 물량의 잠식 압력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국내 3사, 고객 락인 효과 통한 점유율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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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전경./사진=LG에너지솔루션 |
국내 3사가 유럽에서 확보한 ‘고객 록인(Lock-in) 효과’는 장기 공급 계약, 현지화 생산망, 기술·품질 신뢰에 기반해 완성차 고객의 거래 전환 비용을 높이는 구조다. 이미 국내 3사 고객사와의 장기 파트너십을 통해 유럽 현지 공장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신모델·플랫폼과 함께 배터리 라인업을 맞춤형으로 개발하는 공급 전략을 펴고 있다.
점유율 방어에는 ‘현지화’와 ‘차별화’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산 LFP 셀 기반 ESS(에너지저장장치) 신제품과 배터리 여권 시스템을 선제 공개하며 현지 규제 대응과 통합 설루션 제공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브로츠와프 공장은 포드, 르노와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SDI는 고출력 UPS 및 대용량 ESS 등 고효율·고안전 제품을 앞세워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 첨단 수요에 특화된 고부가 시장 공략에 나서 고품질·고기술 중심의 프리미엄 전략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지난 6월 삼성SDI는 독일 최대 상업용 ESS 전문 제조업체 테스볼트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SK온 역시 현대차·폭스바겐 등과의 장기 파트너십 유지 및 현지 생산 비중 확대를 핵심으로 삼아 고출력·고속충전 기술과 ESS용 LFP 제품 등 시장 맞춤형 제품군을 전개한다. 세 기업 모두 ESS 등 신성장 분야와 EU 배터리 규제(배터리 패스포트 등) 선제 대응, 현지 생산·조달 비중 확대를 통해 기존 완성차 고객과의 락인 효과, 기술력 차별화를 병행하는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업계는 국내 3사가 LFP 등 중저가 영역에서는 가격 및 현지화 경쟁을, 고니켈·고출력 배터리 등 프리미엄 영역에서는 기술·신뢰 경쟁을 강화하며 시장 세분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에너지 전문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공급망 재편과 규제 강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중국계 배터리사의 현지 공장 설립도 본격화되며 경쟁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처럼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통제 강화라는 이중 압력 속에서 배터리 기업들은 기술 경쟁력뿐만 아니라 공급 기반의 독립성과 지역 전략의 유연성을 갖춘 대응력이 요구되는 전환 국면에 직면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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