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아시아 최고 축구 스타 손흥민(LA FC)의 시구가 아시아 최고 야구 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에게 기(氣)를 불어넣어준 것일까. 오타니가 시즌 첫 승리투수가 되며 다저스의 4연승을 이끌었다.

오타니는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신시내티 레즈와 홈 경기에 선발 투수(1번 타자)로 등판, 5이닝 2피안타 2볼넷 9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다저스가 5-1로 역전승을 거둬 오타니는 승리 투수가 됐다. 오타니가 승리 투수가 된 것은 LA 에인절스 소속이던 2023년 8월 10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이후 약 2년 만이다.

'투타 겸업'으로 놀라운 활약을 펼치던 오타니는 2023년 9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아 다저스 이적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에는 투수로 나서지 않고 타자로만 뛰었다. 차근차근 투수로서 재활 과정을 거쳐 지난 6월 17일부터 다시 투타 겸업을 재개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오타니는 올 시즌 10경기 등판했으나 많은 이닝을 던지지는 않았다. 처음 1이닝 투구로 시작해 조금씩 투구 이닝을 늘려왔는데, 지난 14일 친정팀 에인절스를 상대로 4⅓이닝을 던진 것이 시즌 최다 투구였다.

11경기째 등판한 이날은 오타니가 시즌 처음 5이닝을 채웠고, 1실점만 하는 호투로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

이날 다저스타디움 마운드에 오타니보다 먼저 오른 '선수'가 있었다. 바로 손흥민이었다.

다저스 구단의 초청으로 시구자로 나선 손흥민은 틈틈이 연습한 피칭 실력을 앞세워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는 시구를 해 다저스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이어 선발 등판한 오타니가 좋은 피칭 내용을 보이며 첫 승리를 따냈다.

오타니는 3회초 노엘비 마르테에게 솔로홈런 한 방을 맞고 1실점한 외에는 추가 실점 없이 잘 막아냈다. 다저스는 0-1로 뒤지던 4회말 4점을 몰아내며 경기를 뒤집었다.

역전의 물꼬를 튼 것이 '타자' 오타니였다. 4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오타니가 우전 안타를 치고나간 후 다저스 타선이 줄줄이 안타를 뽑아냈다. 3개의 안타로 만들어진 1사 만루에서 엔리케 에르난데스가 2타점 역전 적시타를 때렸고, 이어진 2사 만루에서는 달튼 러싱이 또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다저스는 오타니가 마운드에서 물러난 후 4명의 불펜 투수가 1이닝씩 이어던지며 무실점 계투해 승리를 지켜냈다. 8회말에는 마이클 콘포토가 솔로홈런을 날려 쐐기점을 보탰다.

손흥민은 시구를 한 후 관중석에서 다저스를 응원하며 '승리요정'아 됐다.

다저스는 이날 승리로 이번 신시내티와 홈 3연전을 스윕하면서 4연승을 내달렸다. 77승 57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지켰고 2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75승 59패)와 승차를 2게임으로 벌렸다.

3연패를 당한 신시내티는 68승 66패(내셔널리그 중부지구 3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