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권동현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9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전(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다. 따라서 같은 행사에 참석하는 우원식 국회의장과의 만남이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곧 중국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중국도 이날 김 위원장을 포함한 외국 국가 원수 및 정부 수뇌 26명이 기념행사에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발표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베트남과 라오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몽골, 파키스탄, 네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벨라루스, 이란 등의 정상이 기념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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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원식 국회의장이 19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본회의 개의 일정 관련 면담을 위해 국회의장실로 향하고 있다. 2025.8.19./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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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로는 우 의장이 참석한다. 당초 중국 측은 이재명 대통령의 참석 의사를 타진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한미 관계에 대한 영향 등을 고려해 대통령 대신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우 의장의 참석으로 '급'을 조정했다.
이에 따라 우 의장과 김 위원장이 같은 행사에 참석하면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남북 최고위급 인사의 첫 접촉이 이루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만남이 성사되면 그동안 막혔던 남북·북미 대화의 물꼬가 터지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해 이를 계기로 북미대화의 연결 고리를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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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 완공된 낙원바다양식소와 어촌문화주택지구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2025.8.27./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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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북한이 '적대적 국가'로 규정한 남한과 대화를 일체 차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우 의장과의 만남을 가질 지는 불확실하다.
북한 쪽에서 정무적 판단을 앞세워 가급적 우 의장과 가까이 위치하지 않도록 김 위원장의 자리 배치를 요구하거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2015년 전승절 70주년 행사 때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가 참석했지만 끝내 조우는 없었다.
한편 김 위원장의 이번 전승절 행사 방중은 다자 외교무대에 처음 등장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북·중·러 구도 속에서 시진핑·푸틴과 대등한 지도자임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한편 외교무대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효과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권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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