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이자장사 비판 속에서도 은행권의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가 또다시 역대급을 경신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에서는 'KB국민은행'이, 지방은행권에서는 'JB전북은행'이, 인터넷은행 중에서는 '케이뱅크'가 각각 높은 예대금리차를 기록했다.
상당수 은행의 예대차가 2022년 하반기 공시 이후 최대치를 경신하거나 근접한 수준에 이른 실정이다. 시장금리 하락세에 따라 정기예금 금리가 거듭 내려오는 가운데, 대출금리는 정부의 대출규제 여파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예대차가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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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의 이자장사 비판 속에서도 은행권의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가 또다시 역대급을 경신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에서는 'KB국민은행'이, 지방은행권에서는 'JB전북은행'이, 인터넷은행 중에서는 '케이뱅크'가 각각 높은 예대금리차를 기록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1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7월 5대 시중은행에서 취급된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1.41~1.54%포인트(p)로 집계됐다. 이는 1개월 전 1.37~1.50%p 대비 일제히 상승한 수치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1.54%로 가장 예대차가 컸다. 이어 신한은행 1.50%p, NH농협은행 1.47%p, 하나은행 1.42%p, 우리은행 1.41%p 순으로 나타났다. 6월에는 신한은행 1.50%p, 국민은행 1.44%p, 농협은행 1.40%p, 하나은행 1.38%p, 우리은행 1.37%p 등으로, 신한은행의 예대차가 가장 컸다.
지방은행 5개사(BNK부산·BNK경남·광주·JB전북·제주) 중에서는 JB전북은행이 6.03%p를 기록해 예대차가 압도적으로 컸다. 전북은행은 비교군 19개 은행 중에서도 2위 한국씨티은행 3.33%p 대비 약 2.70%p 높아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정책서민금융대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큰 까닭이라는 설명이다.
전북은행 측은 "당행 가계대출 취급액 중 정책서민금융대출 취급비중은 16.7%(평균금리 13.24%),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취급비중은 38.2%(평균금리 12.51%)에 달한다"며 "이를 제외한 일반 대출의 경우 일반 담보대출 취급비중 4.60%(평균금리 4.00%), 일반 신용대출 취급비중 0.5%(평균금리 5.49%), 집단대출 취급비중 25.2%(평균금리 3.94%)로 취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뒤이어 제주은행 3.13%p, 광주은행 2.79%p, 경남은행 2.25%p, 부산은행 1.86%p 순이었다.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 중에서는 케이뱅크가 3.01%p로 연중 최대 예대차를 경신했다. 1월 예대차는 1.20%p로 예대차가 1.81%p에 달했다. 이어 토스뱅크 1.85%p, 카카오뱅크 1.69%p 순이었다.
주요 은행의 예대차는 대부분 지난해 8월 이후 올해 3월까지 거듭 확대됐는데, 금융당국 등에서 예대차를 비판하면서 일부 축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이후 가계부채 폭증을 계기로 당국과 은행들이 대출수요 억제에 나서면서, 역설적으로 예대차 확대로 이어졌다. 당국이 은행별 대출총량 등 관리기조를 강화하자, 은행들도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등 가산금리 조절로 대출금리를 높인 까닭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2.50%까지 내린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5대 시중은행이 이날 공시한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상품금리를 비교하면 연 3.45~5.550%에 육박한다. 국민은행의 'KB 주택담보대출_혼합'이 연 3.60~5.00%,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아파트)'가 연 3.45~4.86%, 하나은행의 '하나 아파트론'이 연 4.250~5.550%, 우리은행의 '우리WON주택대출'이 연 4.04%부터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예금금리는 시장금리 하락세에 맞춰 거듭 하락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상품 금리(만기 1년 기준)는 연 2.45~2.53%에 불과하다. 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이 2.53%로 가장 높고, 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 등은 일제히 2.45%를 마크하고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의 '이자놀이' 지적에 이어 금융당국도 은행들의 이자장사를 강하게 비판해 은행들의 이자장사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8일 은행권과의 첫 상견례 자리에서 "은행은 리스크가 가장 낮은 담보와 보증상품 위주로 소위 '손쉬운 이자장사'에 치중하고 있다는 사회적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대내외적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시점에 더 이상 담보와 보증 위주로 은행만의 손쉬운 영업 관행을 지속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은행 및 국내 산업 전반에 비효율이 발생해 경제주체 모두가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간 부동산 대출에 대한 낮은 자본규제 부담과 부동산 경기에 편승한 이자수익 추구 영업 전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부동산 가격과 대출이 서로를 부추기며 쏠림이 더해지는 악순환이 가중됐다"며 "가계부채 위험 변수가 상수화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업무를 개편해 나가야 할 것이다"고 당부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이날 '예금보호한도 1억원 시행 현장 방문' 행사에서 "예금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권의 영업이 이자 중심의 대출 영업에 몰두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국민과 시장의 냉정한 평가가 있다"며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는데 은행권에서만 예대마진 기반의 높은 수익성을 누리는 비판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준금리가 인하하는 상황에서 예대금리차가 지속된다면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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