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피해 우려업종 한계기업 지원차 1조 펀드도 조성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품목관세 부과에 따른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와 금융권이 내년까지 총 267조원의 대규모 자금을 지원한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최근의 통상환경 변화로 경영악화가 우려되는 국내 수출기반 주력산업의 사업재편, 재무구조개선 등을 돕기 위해 총 1조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 6호를 선제적으로 조성한다.

금융위원회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미 관세대응 정책금융-금융지주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정부·금융권 지원안을 발표했다. 

   
▲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품목관세 부과에 따른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와 금융권이 내년까지 총 267조원의 대규모 자금을 지원한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최근의 통상환경 변화로 경영악화가 우려되는 국내 수출기반 주력산업의 사업재편, 재무구조개선 등을 돕기 위해 총 1조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 6호를 선제적으로 조성한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올해 초부터) 5대 정책금융은 1차 추경을 통해 약 21조 6000억원의 지원 역량을 확충하는 등 8월 말까지 약 63조원을 지원했으며, 5대 금융지주도 자체적으로 수출기업 유동성 지원과 금융비용 감면 등에 8월 말까지 약 45조원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미 관세협상 결과 고율 관세(25%)를 피하고 경쟁국 대비 동등·유리한 여건이 조성돼 수출 시장 불확실성은 다소 해소됐지만, 여전히 15% 관세부담, 철강·알루미늄(50%) 407개 품목 관세 부과대상 추가 등에 따른 기업들의 부담은 지속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관세 피해 최소화 및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금융 지원안을 구체화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구체적으로 자동차(부품), 철강, 석유화학 등 관세 피해가 큰 전통 수출산업에 대해서는 위기 대응을 위한 수출 다변화 및 경쟁력 강화, 고부가가치 구조로의 재편 등을 위한 자금지원을 주문했다. 아울러 관세부과로 직·간접적 큰 피해가 우려되는 중소·중견 수출기업과 국내 협력업체들에게는 긴급 경영안정자금의 추가 지원, 수출경쟁력 강화, 해외시장 다변화, 대기업 등과의 상생협력 등을 마련하라고 당부했다.

이에 정책금융기관은 내년까지 총 172조원(산업은행 42조 5000억원, 기업은행 27조 5000억원, 수출입은행 42조원, 신용보증기금 31조 5000억원, 기술보증기금 28조 6000억원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원 분야는 △경영애로 해소(36조 3000억원) △수출다변화(33조 3000억원) △산업 경쟁력 강화(91조 5000억원) △사업재편 기업 지원(11조원) 등이다.

산은과 수은이 제공 중인 '위기대응지원 특별프로그램'의 경우 지원대상 및 지원한도가 확대될 예정이다. 산은은 지원대상을 관세 피해기업에서 수출 다변화 기업으로 확대하고, 지원 한도도 10배 증액(중견 5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중소 30억원에서 300억원으로)할 계획이다. 또 산은이 제시할 수 있는 금리도 기존 최저금리 대비 0.5%포인트(p) 인하할 계획이다. 수은은 지원대상을 신용등급 열위 기업에서 전체 중소기업으로 확대·개편하고 최대 2.0%p의 우대금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기은은 전국 640여개 지점에서 '금융애로 상담창구'를 운영해 기업들에게 대체 수출시장 발굴, 원가 절감을 위한 수익성 분석 등 맞춤형 컨설팅을 지속 실시할 계획이다.

신보와 기보는 관세피해 등 대내외 환경변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위기대응 특례보증' 프로그램을 신속 집행하기 위해 평가 절차 및 제출서류 등을 간소화할 예정이다.

민간 금융권도 관세위기 대응에 힘쓰기로 했다.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는 이미 올해 1~8월 누적 약 45조원을 관세위기 대응 명목으로 기업들에게 지원했는데, 내년까지 누적 총 95조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박영준 KB금융지주 전무는 "미국발 관세충격은 기업의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는 사안으로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단순한 단기 유동성 지원 등을 넘어, 피해기업과 유관 산업의 구조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R&D투자, 판로 다변화, 사업구조 재편 등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석헌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은 "기업들이 성장 동력을 잃지 않도록 적시에 자금을 공급해 경제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중소기업에는 도전과 혁신을 위한 자금 지원과 업종별 특성과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실질적 지원에 나서겠다"고 언급했다.

남호식 하나금융지주 상무도 "미 관세조치 관련 시장 안정과 수출기업 지원을 위한 추가적인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현대차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자동차 산업 수출기업을 맞춤 지원하는 등 외국환 전문성의 강점을 최대화해 수출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수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은 "관세 피해 기업들이 신속하고 끊김 없는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수출기업 전용상품 개발 및 수출지역 다변화를 위한 전문 컨설팅 지원 등 비금융분야에서도 제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전했다.

이재호 농협금융지주 부사장은 "관세피해 기업에 실효성 있는 지원을 하기 위해 금리인하 등 직접적인 금융지원과 함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컨설팅 실시 등 비금융적 지원을 병행할 것"이라며 "농업분야 특화 금융기관으로서 다른 금융기관에서 할 수 없는 농협금융만의 차별화된 강점을 활용한 농산업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금융위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미 관세부과로 피해가 우려되는 수출기반 주력산업의 사업재편 및 재무건전성 개선을 지원하기 위해 1조원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6호)'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펀드 지원대상은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관련 사전적·사후적 구조조정대상 기업이다. 

이에 양 기관은 후순위 출자비중을 10%로 확대하고, 펀드 조성금액의 60% 이상을 주력산업에 투자해 주력산업과 협력사 등을 집중 지원할 예정이다. 또 캠코 자체 기업지원프로그램(세일앤드리스백, DIP금융 등)을 기업구조혁신펀드와 병행·연계해 지원효과를 배가할 계획이다.

한편 미국 정부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고율 관세 정책을 펼친 가운데, 지난 6월 한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 징수액이 연초 대비 약 50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가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관세 수입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한국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징수액은 13억 6700만달러(한화 약 1조 9049억원)로 집계됐다. 

수출경쟁국인 중국 70억 7800만달러(약 9조 8632억원), 일본 18억 2700만달러(약 2조 5459억원) 등에 견주면 적은 편이지만, 올해 1월 관세부과액이 2700만달러(376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50배 이상 폭증한 셈이다. 대한국 관세부과액은 2월 3400만달러, 3월 5100만달러에 그쳤는데, 4월 5억 4300만달러, 5월 13억 8900만달러, 6월 13억 6700만달러 등 거듭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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