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이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를 놓고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전통적 보험영업이 부진을 겪으면서 자산운용 역량을 강화하고 부동산 투자 부문 시너지를 확대하는 등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지스운용의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중순 예비 입찰에 참여한 인수 의향사들을 심사해 숏리스트(인수 적격 후보사)를 추려 최근 당사자에게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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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 한화생명(왼쪽)과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 본사./사진=각사 제공 |
이 숏리스트에는 한화생명, 흥국생명, 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PE) 1~2곳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애초 강한 인수 의지를 보였던 대신파이낸셜그룹은 숏리스트 선정에서 탈락한 것으로 파악된다.
숏리스트 선정사는 앞으로 1~2개월 실사를 진행하고 본입찰에서 가격 경합을 벌인다. 최종 인수자는 올해 연말께 확정될 전망이다.
이지스운용은 올해 6월 말 기준 운용자산(AUM)이 66조8000억원이며, 국내의 부동산 펀드 시장(187조원)에서 약 14.5%를 차지하는 업계 1위 기업이다.
매각 대상은 이지스운용의 창업주 고(故) 김대영 회장의 배우자 손화자 씨가 보유한 지분 12.4%와 재무적 투자자의 보유 물량 등을 합친 지분 66%다. 소유주 측이 제시한 기업가치는 지분 100% 기준 8000억~8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를 고려하면 인수대금은 5000억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인수전은 한화생명과 흥국생명 간 2파전으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기존 최대주주와 경영진이 국내 사업자로의 매각을 내심 바란다는 관측이 적잖은 데다 이지스운용이 유럽과 북미 등지에 해외 부동산 사업 조직이 많아 외국계 업체가 인수할 경우 조직·인력 중복의 부담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한화에셋메니지먼트(USA), DP리얼에셋아메리카, 한화리츠 등 부동산 운영 관련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한화생명은 이지스운용 인수를 통한 부동산 부문의 외연 확장을 꾀하는 모습이다. 이지스운용을 품게 되면 국내 리츠·해외 부동산·대체투자 펀드를 아우를 수 있다.
한화생명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사장이 최고글로벌책임자(CGO)로 취임한 2023년 이후 해외 금융사 인수를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 등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흥국생명의 경우에도 계열사인 흥국리츠운용, 흥국자산운용과의 시너지나 대체자산 부문의 투자 역량 강화 등의 측면에서 탐나는 매물이다.
흥국생명은 올해 초 그룹 계열사인 흥국화재와 함께 한국신용데이터가 이끄는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도전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흥국생명의 모기업인 태광그룹은 올해 초 흥국리츠운용을 설립했는데 이를 통해 부동산 투자는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자금의 일부는 이번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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