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국내 제약사들이 하반기 들어 잇따라 IPO(기업상장) 절차에 착수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방·전통의학 기반의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유지해온 이들 기업이 IPO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는 내수시장 한계를 넘어 신약 개발과 해외 시장 진출이라는 장기적인 과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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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Flickr |
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명인제약, 삼익제약, 마더스제약 등 제약사들이 IPO를 예고하고 있다. 이는 과열된 내수 시장을 벗어나 제네릭 위주 구조가 아닌 혁신 제약사로의 체질 개선과 글로벌 진출을 위한 재원 마련이 주된 목적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전통 제약사들은 안정적인 내수 기반과 충성도 높은 소비층을 바탕으로 준수한 수익률을 이어왔다. 특히 고령화와 웰빙 트렌드 확산으로 전통 처방 및 건강기능식품 수요가 확대되면서 이들의 재무 구조는 대체로 안정적인 편이다.
하지만 단일 시장 의존의 한계는 점차 뚜렷해졌다. 국내 수요만으로는 성장을 지속하기 어렵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려면 결국 신약개발을 통한 기술력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문제는 신약 개발이 전통 제약사들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도전 과제라는 점이다. 신약 R&D(연구개발)는 장기간의 대규모 투자와 임상시험의 불확실성을 동반한다. 대형 글로벌 제약사들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연구가 임상 단계에서 좌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체 연구 기반이나 파이프라인이 부족한 전통 제약사들은 단기간 내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때문에 최근 다수 업체들이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R&D 투자를 본격화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하반기 안에 최소 3~4개 전통 제약사가 코스닥 또는 코스피 상장을 모색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이미 주관사를 선정해 실사 절차에 들어갔다. 이들은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신약 후보물질 확보, 글로벌 임상 추진, 그리고 연구 인프라 확충에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또한 시장 전반에서도 이들 제약사의 전략적 전환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 차원의 K-바이오 육성 정책과 글로벌 헬스케어 투자 확대 흐름은 전통 제약사들에게 새로운 기회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내수 중심의 안정적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글로벌 신약 시장에 도전하려는 시도는 불가피한 흐름”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도 기존 매출 기반이 탄탄한 기업들이기 때문에 위험 대비 기대 수익이 높을 수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뚜렷하다. 우선 상장을 통한 단기 자본 조달이 R&D 성공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신약 개발은 평균 10년 이상이 소요되며 성공 확률도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이는 전통 제약사들에게 막대한 재무적 부담과 불확실성을 안길 수밖에 없다.
또한 기존 사업의 수익성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연구 실패 시 기업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려면 단순히 의약품 개발뿐 아니라 규제 대응, 임상 네트워크 구축, 해외 유통 채널 확보 등 복합적인 준비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긍정적인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기존 사업만으로 안정된 현금흐름을 확보한 상태에서 신약 개발 도전을 병행한다는 점은 장기 투자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일부 전통 제약사들이 한방 원료를 현대적 제제 방식과 융합해 차별화된 파이프라인을 내세우면서 독창성을 무기로 글로벌 틈새시장 공략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제약·바이오 IPO 시장은 단순 반등이 아니라 기술력과 파이프라인을 갖춘 기업들이 다시 주목받는 신호"라며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이전과 M&A가 더욱 활발해지며 신규 상장의 수요도 동시에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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