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18년만 해체…노조, 금소원 신설 강력 반대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정부가 금융위원회를 18년만에 사실상 해체하고, 금융 정책·감독기능을 떼어내 총 4개의 기관으로 쪼갰다. 이에 금융정책 업무는 신설되는 '재정경제부'로 옮겨가고, 금융감독원의 소비자보호 업무도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신설된다. 재경부,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금감원, 금소원 등 4개의 기관이 피감기관인 금융권을 주무르게 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2년 카드대란 사태를 답습한다며 당국의 조직개편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금감원 노조는 금소원 신설을 강력 반대하고 나섰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위 당정은 전날 이 같은 내용의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은 크게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하고, 기존 금융위와 금감원 업무를 재경부, 금감위, 금감원, 금소원 등으로 세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금융정보분석원 포함) 업무는 재경부로, 금융위는 '금감위'로 개편돼 금융권 감독 기능에 집중하게 된다. 또 금감위 산하에는 금감원과 기존 금감원에서 분리된 금소원(현 금융소비자보호처)을 두게 되는데, 두 기관 모두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및 정부조직 개편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5.9.7./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와 관련해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국내 금융과 국제 금융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금융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금융위의 국내 금융기능을 재경부로 이관한다"며 "금융위를 금융감독 기능을 수행하는 금감위로 개편하고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둘 예정이다"고 밝혔다.

조직개편에 따라 지난 2008년 출범한 금융위는 전신인 금감위 체제처럼 감독 기능에 집중하게 됐다. 금융·산업 정책과 감독기능을 분리함으로써 견제와 균형을 달성하겠다는 시각이 반영된 셈이다. 이는 과거 금융당국이 '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규제를 완화한 이후 대규모 금융사고를 야기한 까닭이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2013년 동양증권 사태, 2020년 라임·옵티머스 사태, 2024년 티몬·위메프 사태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으로 이번 조직 개편을 우려하는 시각도 상당하다. 정책과 감독 기능을 칼로 무 자르듯 명확히 분리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까닭이다. 아울러 부서 간 협업으로 처리하던 업무를 쪼개는 과정에서 이해관계 문제 등으로 혼선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도 상당하다. 과거의 금감위 체제에서도 금감위와 금감원, 재경부 산하 금융정책국 간 업무 분장을 두고 갈등을 일으킨 바 있다.

2002년 카드사태는 대표적인 감독 실패사례로 꼽힌다. 카드사태는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대출과 부실 경영으로 인해 발생한 금융위기였는데, 카드사 간 과당경쟁을 비롯 다양한 원인 중에서도 감독기관의 관리 부실이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감사원은 지난 2004년 특별감사 결과를 통해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규제개혁위원회 등 네 개 기관이 빚어낸 총체적 실패작"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당시 이원화된 금감원의 비은행감독·검사국과 은행감독·검사국을 역설적으로 일원화할 것을 촉구했다. 이후 금융 감독 시스템의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현행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체제로 개편됐다. 

하지만 현 정부가 금감원과 별도로 금소원에 각종 검사·제재권을 부여할 것임을 시사하면서, 금감원과 금소원 간 권한 다툼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울러 두 기관 모두 공공기관 지정이 예상되는 만큼, 예산·인사 등에 대한 정부 통제가 심화될 전망이다. 더욱이 금감원은 그동안 민간 금융사를 비롯 타 금융권에 견줘 업무 대비 열악한 처우 등으로 조직원들의 불만이 상당한 실정인데, 공공기관 지정 시 처우개선도 다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최근 1년간(3월 말 기준) 금융위, 금감원 직원이 인사혁신처의 취업 심사를 받은 건수는 총 56건에 달한다.

한편 이 같은 정부 개편안 발표 이후 당국 직원들은 "국민을 위한 소비자보호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소비자보호는 강화되기는 커녕 오히려 심각히 훼손될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 기능은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제대로 작동한다"며 "이를 기계적으로 분리하면 감독기능 간 충돌, 감독·검사와 소비자보호 업무가 연계된 원스톱 서비스 붕괴, 검사·제재 중복으로 인한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간조직의 공공기관 재지정에 대해 '감독 독립성 훼손'이라며 부작용을 우려했다. 금감원은 지난 2009년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된 바 있는데, 이는 감독업무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노조는 "(금감원을) 다시 공공기관으로 지정해버린다면 정치적 입김과 외부 압력에 취약해져, 금융소비자와 국민이 아닌 정권의 이해관계에 좌우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독 인적자원 분산, 조직 내 갈등, 직원의 사기 저하, 금융회사의 검사부담 가중, 행정비용 증가, 업무중복, 책임회피 등 조직 쪼개기의 전형적 피해가 우려된다"며 "득보다 실이 명백한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추진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금감원 노조는 현행 감독체계에 대해 금융정책의 이원화(금융위원회-국내금융, 기획재정부-국제금융)와 감독 정책(금융위)과 집행(금감원) 분리로 현장 대응력과 책임감 약화 등을 인정한 바 있다. 이에 조직개편 요구안으로 △금융정책 기능의 기재부 일원화 △금융감독·집행기능을 금감원으로 일원화, 금감원의 독립성 및 책임성 확보 △금감원 산하 금소처의 기능적 독립기구 제도화 필요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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