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비자보호 강화 주문…은행들, AI·인력 확대해 모니터링↑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정부와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특별히 강조한 가운데, 은행권이 급증하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체계를 전면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및 모니터링 인력 확대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사전 대비하는 한편, 통신사와의 협업으로 선제적 피해 예방에 나서는 모습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응하고,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이스피싱 피해예방' 체계를 전면 강화했다. 우선 지난달 11명에 그쳤던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인력을 25명으로 대폭 증원해 최근 피해가 급증하는 범죄 유형을 집중 분석·탐지하고 있다. 아울러 국민은행은 AI 기반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시스템도 고도화하고 있다. AI가 피해사례를 자체 분석해 수상한 거래 패턴을 미리 찾아내고, 신속하게 계좌 지급정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 정부와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특별히 강조한 가운데, 은행권이 급증하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체계를 전면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및 모니터링 인력 확대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사전 대비하는 한편, 통신사와의 협업으로 선제적 피해 예방에 나서는 모습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우리은행도 AI 기반 보이스피싱 예방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우리은행은 AI 기반 체험형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 서비스 '하마터면'을 자사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인 'WON뱅킹'에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금융사기 취약계층인 시니어 고객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단순 이론 강의 외에도 고객이 실제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는 것처럼 상황을 체험할 수도 있다. 시니어 고객들이 단순 글로 읽거나 듣는 교육으로 실전에서 대응하는 게 어려운 만큼, 체험형 교육을 통해 소비자로서 자기 방어력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도 가상자산거래소 코빗과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예방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보이스피싱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욱이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 자금이 가상자산을 통해 자금 세탁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급증하면서, 실질적인 피해 예방책을 마련하기 위해 협약을 맺었다는 후문이다. 이에 양사는 △사기의심계좌 정보 공유 및 핫라인 구축 △보이스피싱 범죄 원화 피해금 환급 상호협력 △실무자 교육 지원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아울러 은행권은 통신사와도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지난 5월 KT·LG유플러스와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보이스피싱 피해예방 시스템 고도화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가령 통화 중 보이스피싱 위험이 감지된 고객은 위험통화 수신 정보가 은행에 연동되고, 은행은 해당 고객 대상 이상거래탐지시스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은행연은 통신사의 보이스피싱 탐지시스템 고도화에 활용될 은행권 데이터를 적극 제공하기로 했다. 통신 2사는 자사 보이스피싱 탐지시스템의 AI 분석 정보 등을 토대로 은행권 이상거래탐지시스템 고도화에 협력할 예정이다.

개별 은행도 통신사와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케이뱅크가 올해 3월 은행권 최초로 KT의 안심통화 앱 '후후'로 제공되는 'AI 보이스피싱 탐지 정보'를 탑재한 데 이어, IBK기업은행도 지난 4월 SKT와 협업해 'AI보이스피싱 피해·탐지 서비스'를 개시했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LG유플러스와 보이스피싱 수법 공유 및 협업사항 발굴·추진 등을 협력하기로 했다.

은행들의 이 같은 노력은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고도화되는 까닭이다. △경찰·검찰 사칭 △세금·보험 환급 △자녀 사고·납치 위협 등이 대표적인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로, 주로 고객의 심리를 정밀하게 공략해 돈을 갈취하는 구조를 띄고 있다.

아울러 정부도 기승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권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범정부 TF(태스크포스)' 회의에서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피해 발생 시 금융회사가 피해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배상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금융회사 등 보이스피싱 예방에 책임있는 주체가 피해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배상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 범죄예방 노력을 유도하고, 내실있는 피해구제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영국·싱가포르 등 보이스피싱 피해에 대한 금융회사의 무과실책임을 인정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제도개선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보이스피싱 범죄는 지능화·전문화해 국민 혼자 다 감당하기엔 어렵다"며 "이런 사회적 위험에 대해 시스템을 운영하는 기관이 어느 정도 관심과 책임을 가져달라는 정부의 요청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부분을 고민하자는 화두를 던진 것이고, 구체적 방안은 금융사의 수용성이나 국민의 도덕적 해이 문제 등을 균형 있게 해서 저희가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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