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을 통한 순수 CDMO(위탁생산개발)을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완전히 분리해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파트너십은 물론 신뢰도도 한 층 더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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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바이오로직스 제 5공장./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22일 인적분할 관련 증권신고서를 공시하며 지난 5월 발표에 이어 본격적인 분할 절차에 돌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어 지난 2일 증권신고서를 정정공시했다. 해당 정정 공시에서는 인적분할의 필요성과 목적, 분할 후 사업전망 등을 보완한 설명이 골자였다.
이번 인적분할의 주요 일정은 10월 17일 임시주주총회, 11월 1일 분할기일, 11월 3일 삼성에피스홀딩스 설립, 11월 24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변경상장 및 삼성에피스홀딩스 재상장으로 예정돼 있다.
이는 기존 발표됐던 일정에서 한 달 가량 순연된 것이나 업계에서는 향후 일정에서는 큰 문제 없이 분할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상 분할·재상장 과정에서 일부 일정이 순연되는 것은 빈번하며 서류 보완이나 행정 절차와 같은 추가적인 절차로 1~2개월 연기되는 경우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금감원의 검토 시간을 감안해서 일정을 수립했으며 금감원의 추가 요청이 있을 경우 최대한 빠르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에피스 뗀 로직스…순수 CDMO 사업 전개에 대한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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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바이오로직스 분할 전후 지배구조./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이번 인적분할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완전히 분리하면서 CDMO사업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관리 및 신규 투자를 담당하던 부문이 분리돼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설립되는 구조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해당 법인 산하로 편입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관계에서 철저한 방화벽을 운영하며 고객사의 우려를 해소해왔다. 하지만 일부 고객사는 로직스와 에피스를 동일한 실체로 인식해 이해상충 우려를 제기해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인적분할이 이와 같은 우려를 해소하고 수주 경쟁력을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수 CDMO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글로벌 제약사와의 장기 파트너십 및 신뢰도를 한측 더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번 인적분할에 대한 기대감과 같이 매출 가이던스도 상향 조정했다. 지난 7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연간 매출 성장 전망치(가이던스)를 기존 20~25%에서 상향한 25~30%로 제시했다.
이는 연결 및 별도 실적 모두에서 상향된 수치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도 가이던스를 높인 것은 순수 CDMO 체제에서의 성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별도 기준 상반기 매출은 2조138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반기 매출 2조 원을 돌파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초격차 생산능력 △포트폴리오 다변화 △글로벌 거점 확대라는 '3대축' 확장 전략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수주 성과를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 5공장 완공으로 78만4000ℓ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오는 2032년까지 6~8공장을 추가 건설해 132만4000ℓ까지 확대한다는 로드맵도 제시한 바 있다.
◆선제적인 고객 수요 대응…아시아권 제약사 협업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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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4공장 배양기를 점검하고 있다./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다변화하는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포트폴리오 확장도 추진 중이다. 단일항체(mAb) 치료제 외에도 메신저 리보핵산(mRNA),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다양한 모달리티에 대한 CDMO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지난 6월에는 오가노이드를 통한 약물 스크리닝 서비스인 '삼성 오가오이드'를 본격 출시했다. 이는 CDMO를 넘어 임상시험수탁(CRO)까지 서비스 영역을 전격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비춘 것이다.
또한 고객사 니즈에 빠르게 대응하고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거점도 지속 확대 중이다. 최근에는 미국 뉴저지와 보스턴에 이어 추가로 일본에 도쿄 영업 사무소를 개소하며 본격적인 운영에 나섰다.
이는 일본과 아시아권 소재의 제약사들을 포함한 글로벌 상위 40위 제약사까지 확대해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 경쟁력을 바탕으로 매년 수주 실적을 경신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월 유럽 제약사와 2조 원대 규모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총 5건의 신규 수주에 성공해 수주 경쟁력을 입증했다.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반기 수주 규모는 3조355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연간 실적의 60% 수준이다. 지난 8월에도 유럽 제약사와 6378만 달러(약 884억 원) 규모의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으며 지난 9일에는 미국 소재 제약사와 약 1조8000억 원 규모의 위탁생산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 20곳 중 17곳을 포함해 130곳이 넘는 고객사를 확보했다. 향후로도 △고객 중심 운영 △잠재 기회 발굴 △지속적인 협업 확대를 주요 영업 전략으로 삼아 '초격차'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톱티어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세에 주목하며 목표 주가를 높이는 등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의약품 관세 정책, 미국 약가 인하 정책, 인적 분할 등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해소될 전망"이라며 "분할 이전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보다 분할 이후 삼성바이오 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 가치 합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해 분할 전 매수 전략을 권고한다"고 분석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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