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잠정합의…KGM·르노는 무분규 타결
업계 "갈등 장기화 땐 생산·투자 차질 불가피"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완성차 노사 지형이 뚜렷이 갈라졌다. 현대차가 파업 직후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며 타결에 근접했지만 기아는 교섭 결렬을 선언해 파업 전운을 드리웠다. 한국GM도 노조가 파업권을 확보하며 불확실성이 커졌다. 반면 KGM과 르노코리아는 무분규로 협상을 조기에 마무리해 대조를 이뤘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9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해 오는 15일 조합원 투표를 앞두고 있으며, 기아는 11일 교섭이 결렬되면서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 현대차는 잠정합의…기아는 파업 전운

현대차 노사는 지난 9일 울산공장에서 열린 21차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지난 6월 18일 상견례 이후 83일 만이다. 파업 직후 첫 교섭에서 합의가 도출된 만큼 오는 15일 조합원 찬반투표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합의안에는 기본급 10만 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과 성과급 450%+1580만 원 지급이 포함됐으며, 주식 30주와 재래시장 상품권 20만 원도 지급된다. 노사는 성과금 명목을 세분화해 경영 목표 달성 성과급, 위기 극복 격려금, 현장 안전문화 구축 격려금 등을 마련했다.

   
▲ 기아는 국내 대표 대형 레저용 차량(RV) 카니발의 연식 변경 모델인 '더(The) 2026 카니발'을 출시하고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한다고 18일 밝혔다. 사진은 더(The) 2026 카니발 외장 이미지. 2025.8.18./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기아 제공].

교섭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올해 임단협은 미국 관세 충격과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이라는 대외 악재 속에서 진행됐다. 노조는 임금 인상과 고용안정을 요구했고, 사측은 수익성 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보였다. 결국 7년 만에 부분 파업이 발생했다. 잠정합의안이 오는 15일 전체 조합원 투표에서 과반의 선택을 받으면 올해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은 마무리된다.

반면 기아는 교섭이 결렬됐다. 지난 11일 오토랜드광명에서 열린 5차 본교섭에서 노조는 사측의 일괄 제시안을 거부하고 퇴장했다.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통상임금 특별위로금 2000만 원, 정년 64세 연장, 주 4일제 도입 등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아 노조는 "오늘의 파국은 사측의 선택이며 모든 책임은 사측에 있다"고 반발했다.

기아는 지난 8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총 12차례 교섭을 이어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이로써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에 돌입하게 됐으며, 조정 중지가 결정되면 노조는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한다. 실제 파업이 발생할 경우 2020년 이후 이어온 무분규 협상 기록이 깨지게 된다. 다만 현대차가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상황을 고려할 때 기아도 여론 부담을 의식해 파업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지만, 교섭 결렬로 인한 불신이 깊어 단기간 내 타결은 쉽지 않다는 전망도 공존한다.

◆ 한국GM, 교섭 타결 불투명…임금 이견에 철수설까지

한국GM 노조는 이미 쟁의권을 확보해 지난 7월 10~14일 부분파업을 실시했고, 지난달 19일부터는 재차 2시간 부분파업을 이어가다 21일부터는 4시간으로 확대했다.

요구안의 핵심은 실질임금 인상과 성과급 확대다. 물가·금리 등 외부 변수 속에서 구매력 보전과 성과 배분을 강화하자는 취지지만, 회사 측은 글로벌 원가 구조와 수익성 제약을 이유로 신중론을 펴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순이익의 15% 성과급 지급(1인당 4136만 원 수준) △통상임금의 500% 수준 격려금(1인당 2250만 원 수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 6만300원 인상과 성과급 1600만 원 지급 등을 제시한 상태다.

한국GM의 협상은 본사 변수와 맞물려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가 많다. 글로벌 생산 배치, 신차 배정, 투자 우선순위 같은 의사결정이 본사와 긴밀히 연계돼 있어 국내 협상의 자율성이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생산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노사 갈등이 확대되면 일정 조정, 라인 운영 효율 저하, 협력사 현금흐름 압박 등 간접적 비용이 누적될 소지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가 그룹 차원의 협상 틀을 갖춘 것과 달리 한국GM은 본사 요인이 상수로 작용한다"며 "국내 생산거점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조기 봉합의 명분과 실리를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KGM·르노코리아, 무분규 타결…안정적 노사관계 부각

KGM은 6월 상견례 이후 7월 말까지 15차 협상 끝에 기본급 7만5000원 인상과 생산장려금 등을 포함한 총 350만 원 규모의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7월 31일 조합원 투표에서 참여자 2941명 중 64.5%가 찬성했고, 8월 12일 평택 본사에서 조인식을 열고 협상을 마무리했다.

   
▲ 현대차·기아 양재사옥./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이번 타결로 KGM은 2010년 이후 16년 연속 무분규 전통을 이어갔다. 회사와 노조는 "소중한 일터와 일자리를 지키고 소비자 신뢰를 바탕으로 판매 물량을 증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노경 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무분규 합의는 생산 안정성과 대외 신뢰 제고로 연결된다. 재고·납기 관리가 용이해지고, 협력사와의 연쇄 갈등 가능성도 낮춘다.

르노코리아는 업계에서 가장 먼저 합의에 도달했다. 4월 상견례 이후 13차 교섭으로 잠정합의를 만들고, 7월 25일 사원총회에서 과반 찬성으로 확정했다. 합의안에는 기본급 10만3500원 인상, 타결 일시금 250만 원, 변동 PI 150% 지급 등이 포함됐다.

회사는 상반기 설비 보강을 통해 부산공장을 내연기관·하이브리드·전기차 혼류 생산이 가능한 '미래 모빌리티 생산라인'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안정적 노사관계는 이러한 전략 실행의 기반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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