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기로 12일 입국한 협력업체 직원들 "총구 들이밀고"
다른 가족 "동생이 회사 때문에 여행자 비자 받아...암묵적으로 이뤄진 일"
강훈식 "귀국 분들에게 당분간 출국 권고하지 않을 것"
[미디어펜=김주혜 기자]미국 조지아주에 구금됐다가 12일 귀국한 한국인 근로자들은 다시 미국에 가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체포 당시의 충격을 전하면서 비자 발급 관행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2일 전세기를 통해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한 협력업체 직원은 "이제 (미국에) 못 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체포 당시 미국 당국이 총구를 들이밀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다시 미국에 가라고 해도 안 갈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들이 1주일가량 구금돼 있던 곳은 과거 열악한 환경으로 여러 차례 지적받아 왔던 곳이다. 직원들은 식사는 물론 물조차도 편하게 먹기 어려웠고, 용변이나 샤워도 공개된 장소에서 해야 했던 거승로 전해졌다.

   
▲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2025.9.12./사진=연합뉴스 [공동취재]


이번 사태로 무비자 입국 프로그램인 전자여행허가(ESTA) 등을 이용해 미국 출장을 가던 관행과 비자 제도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 직원은 "미국에 처음 갔는데 회사 측에서 여행자 비자로도 충분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다른 가족도 "동생이 회사 때문에 여행자 비자를 받았다"며 "일종의 관행으로 암묵적으로 이뤄졌던 일"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의 아내 이모(43)씨는 "처음 남편의 소식을 들었을 때 '보이스피싱인가' 생각했다"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기사를 확인했을 땐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합법적인 B-1 비자로 출장을 갔던 남편이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고 마지막 귀국 일주일을 앞두고 사태를 겪었다"고 부연했다. 

한편,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전날 공항에서 "당분간 이번에 들어온 분들은 심리치료 등 상황이 있어 바로 출국하는 것을 회사 차원에서 권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인 근로자들과 함께 전세기 편으로 귀국한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비자 문제를 가장 해결하는 데 빠른 것은 법령의 해석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라며 "그런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보고 워킹그룹에서도 중장기적인 문제를 미국 쪽과 협의해나갈 계획이다. 지금 단계에서 해석의 문제는 함께 협의를 해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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