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주혜 기자]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당시 구금시설의 참혹한 환경과 인권침해 상황을 기록한 일지를 공개했다. 합법적인 비자를 소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이민 당국의 고압적인 태도와 조롱이 있었던 것이다.
연합뉴스가 14일 보도한 '구금일지'에 따르면, 근로자들은 체포 당시 요원들에게 케이블타이로 손목이 묶인 채 호송차에 탑승했다. 호송차는 지린내가 진동했고 에어컨도 켜주지 않았다고 한다.
구금 초반에는 72인실 임시 시설에 몰아넣어졌으며 곰팡이가 핀 침대와 냄새 나는 물을 제공받는 등 비위생적 환경에 처했던 것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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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당국의 이민단속으로 체포된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수감돼 있는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모습. 2025.9.9./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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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합법적인 B-1 비자로 입국했던 한 근로자는 인터뷰 과정에서 미측 요원들에게 "사우스 코리아"라고 밝히자 "노스 코리아"라는 조롱을 당하기도 했다. 요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붙인 별명인 "로켓맨"을 언급하며 조롱하듯 옷기도 했다.
이 근로자는 "정당한 절차로 들어왔는데 왜 잡혀왔는지"를 물었고, 그러자 미측 요원은 "나도 모르겠고 위에 사람들은 불법이라고 생각한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다고 일지에 적었다.
또한 근로자의 일지엔 총영사관 직원들이 '여기서 사인하라는 것에 무조건 사인하라"며 "분쟁이 생기면 최소 4개월에서 수년간 구금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한 사실도 있다. 근로자는 "자발적 출국 서류에 사인한 후에 우리를 무조건 보내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느껴져 어이가 없고 화가 났다"고 기록했다.
한편, 조지아에서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 330명은 지난 11일 새벽 구금 시설을 떠나 대한항공 전세기를 타고 12일 오후 구금된지 8일만에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미디어펜=김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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