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금융 요구 속 3개월 연속 금리인하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정부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확대 여파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대폭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기준으로 이달 11일까지 약 1700억원대 증가에 그쳤는데, 이는 8월 증가세의 약 8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한편으로 은행들은 중소기업대출 금리를 인하하며 기업대출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 11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63조 702억원으로, 8월 말 762억 8985억원 대비 약 1717억원 증가했다. 이는 하루 평균 약 156억원 증가한 셈인데, 8월 일일 평균 증가폭 1266억원 대비 약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9월 들어 11일간의 실적인데, 이 같은 추세가 월말까지 지속될 경우 월간 증가액은 약 4700억원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8월 증가세(한국은행 집계치 기준) 4조 1000억원 증가에 견주면 대출 증가세가 급감했음을 알 수 있다.  

   
▲ 정부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확대 여파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대폭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기준으로 이달 11일까지 약 1700억원대 증가에 그쳤는데, 이는 8월 증가세의 약 8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이와 반대로 은행들이 기업대출 금리를 인하하는 등 대출영업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높은 연체율 등을 이유로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9월 증가세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주담대의 부진이 눈에 띈다. 주담대(전세대출 포함) 잔액은 607조 6190억원을 기록해 8월 말 대비 약 524억원 감소했다. 월간 기준 역성장이 확정되면 지난해 3월 -4494억원 이후 1년 반 만의 역성장이다. 신용대출은 104조 2613억원을 기록해 전달 104조 790억원 대비 약 1823억원 증가했다. 

여기에 지난 7일 정부가 내놓은 9·7 부동산대책도 향후 가계대출 증가세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8일부터 규제지역(강남3구·용산 등)의 무주택자·처분조건부 1주택자의 LTV를 50%에서 40%로 강화하고, 1주택자의 수도권·규제지역 전세대출 보증한도도 2억원으로 일원화했다. 주택매매·임대사업자에 대한 주담대는 LTV를 0%로 제한해 사실상 대출을 틀어막았다. 이에 연말까지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은행권은 가계대출 확대에 따른 이자장사 논란에 이어 대통령의 생산적 금융 주문 등을 의식해 최근 기업대출 확대에 힘을 주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은행권은 기업대출 금리를 거듭 인하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공시에 따르면 최근 3개월(5~7월) 간 5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 신용대출)는 5월 5.134%, 6월 5.106%, 7월 5.03% 등으로 집계됐다. 금리인하가 제한적인 주담대와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이에 힘입어 8월 기업대출 증가세는 크게 불어났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8월 은행권 기업대출은 8조 4000억원 증가를 기록해 전달 3조 4000억원 증가 대비 증가세가 대폭 확대됐다. 지난 6월에만 하더라도 기업대출은 -3조 6000억원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중소기업대출이 4조 5000억원 급증했고, 대기업대출도 3조 8000억원 증가하며 모두 증가폭이 커졌다.

하지만 이 같은 금리인하에도 불구, 기업들의 부담은 여전하다.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궁극적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했지만, 높은 연체율 등을 의식해 가산금리를 인상하는 식으로 금리인하 효과를 반감시킨 까닭이다. 5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평균 가산금리는 지난 7월 4.2~5.35%로, 3개월 전인 지난 4월 4.15~5.07% 대비 상하단 모두 상승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대출한도를 조이는 식으로 고강도 규제를 거듭 내놓은 만큼 당분간 주담대 확대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업대출의 경우 기업들의 연체율이 높고 (가산금리로) 리스크를 반영해야 하다보니 금리인하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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