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대대적인 정책 전환에 나섰다. 고질적인 구조적 위험 요인을 해소하고, 영세 사업장과 고령·외국인 노동자 등 사고 취약계층을 집중 보호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의 안전 의무를 대폭 강화하고, 중대재해 발생 시 과징금과 공공입찰 제한 등 경제적 제재 수단도 병행 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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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노동부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
15일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의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대통령 지시에 따라 마련된 것으로, 단순 사고 예방 수준을 넘어 현장 중심의 구조 개혁과 제도 정비, 민관협력 강화 등이 골자다. 그간 고용부 단독으로 추진돼 왔던 산업안전 정책을 전 부처 협업체계로 전환하고, 노사정이 공동 실천 주체로서 역할을 명확히 한 것이 특징이다.
정부는 오는 2026년까지 약 2조723억원의 예산을 들여 소규모 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재정·인력·기술 등을 종합 지원한다. 구체적으로 건설현장 추락·끼임 사고 예방 설비 지원 확대에 433억 원, AI 기반 스마트 안전장비 지원 확대에 370억 원 등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 퇴직 전문가를 안전지킴이로 활용한 순찰제 도입 등 현장의 실질적인 안전 수준 향상을 목표로 한다.
이번 정책의 가장 큰 수혜 대상은 10인 미만 영세사업장, 60세 이상 고령자, 외국인 노동자, 특고 종사자 등 산재 취약계층이다. 고령 노동자에게는 작업 환경 개선비용 30억 원을 신규 지원하고, 외국인 노동자 사망사고 시 고용 제한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강화하는 등 정책적 압박이 병행된다. 안전 역량이 검증된 외국인 근로자를 안전리더로 육성해 현장 전파자로 활용하는 시범 사업도 추진된다.
특고·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보호도 강화된다. 배달종사자에 대한 유상운송보험 의무화와 안전 교육 강화 등을 통해 민간 영역에서도 일정 수준의 안전 의무가 부과될 전망이다.
아울러 공공부문이 산업안전 정책의 모범사례가 돼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반영됐다. 특히 공공기관이 중대재해 발생 시 책임을 피할 수 없도록 기관장 해임 근거를 마련하고, 경영평가에서 산재예방 항목 비중을 대폭 상향한다.
또한 공공기관뿐 아니라 지자체에도 근로감독 권한을 부여하고, 30인 미만 사업장 대상 감독을 연 3만 개소까지 확대하는 등 지역 단위 안전망 구축도 병행한다.
눈에 띄는 변화는 산재를 단순한 법 위반이 아닌 '기업 리스크'로 인식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다.
먼저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 발생 시 법인에 대한 제재적 성격의 과징금을 새롭게 도입한다. 과징금 심사위원회를 신설해 사망자 수·발생 횟수에 따라 과징금을 차등 부과하며, 부과된 과징금은 산재예방에 재투자될 수 있도록 산업재해예방보상보험기금에 편입된다.
건설사 영업정지 요청 요건을 현행 '동시 2명 이상 사망'에서 '연간 다수 사망'도 추가하고, 사망자 수에 따른 영업정지 기간도 강화한다.
최근 3년간 영업정지 처분을 2회 받은 후 다시 영업정지 요청 사유가 발생한 건설사의 등록말소 요청 규정도 신설했다.
또한 산재 발생 이력이 여신심사와 자본시장 평가 시 반영되도록 해 기업의 안전관리 수준이 곧 금융 리스크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 유도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선제적 안전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긴급 작업중지 명령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신설(산업안전보건법)한다. 중대재해 발생기업은 신속히 수사해 송치·기소하고, 양형위원회와 협의 하에 산업안전보건법 양형기준을 상향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은 신설해 나간다.
김영훈 장관은 "올해를 산재왕국이라는 오래된 오명을 벗는 원년이 될 수 있도록 '노사정 대표자 회의'를 열고 노동안전 종합대책의 실천적 방안을 논의해 나갈 것"이라며 "국민이 안전한 일터를 체감할 수 있도록 '안전한 일터 특별위원회'를 설치·운영해 민관이 함께 산재예방 5개년 계획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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