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소윤 기자]현대건설이 해외 시장 공략을 통한 미래 먹거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반기 들어 사우디에서 4조 원이 넘는 초대형 해수 플랜트 프로젝트를 따낸 데 이어, 원전 등 주요 수주 파이프라인도 가시권에 진입했다.
|
 |
|
▲ 현대건설 계동사옥./사진=현대건설 |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사우디에서 '이라크 해수처리 플랜트 사업(Water Infrastructure Project, 이하 WIP)'을 수주했다. 총 사업비는 약 4조1000억 원으로, 올해 국내 단일 건설사가 해외에서 수주한 프로젝트 가운데 최대 규모다.
WIP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남동쪽으로 약 500km 떨어진 코르 알 주바이르 항구(Khor Al-Zubair Port) 인근에 하루 500만 배럴 규모의 용수를 생산할 수 있는 해수처리 플랜트를 건설하는 공사다. 생산된 용수는 웨스트 쿠르나, 남부 루마일라 등 이라크 주요 유전에 공급돼 원유 증산에 활용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프랑스 토탈에너지스, 이라크 석유부 산하 바스라 석유회사, 카타르 국영기업 카타르 에너지가 공동 투자하며, 공사 기간은 착공 후 49개월이다. 이번 계약을 통해 향후 4년 동안 매년 1조 원 안팎의 현금 유입이 기대된다. 해외 현장에서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다.
현대건설은 이미 업계 최상위 수준의 수주잔고를 보유한 상태다. 올 상반기 기준 수주잔고는 95조 원, 매출액 대비 수주잔고 비율은 290%에 달한다. 국내 현장이 77%, 해외 현장이 23%를 차지하고 있어 안정적 내수 기반 위에 해외 확장 동력을 더했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예정된 수주 파이프라인도 탄탄하다. 새 먹거리로 점찍은 원전 분야가 대표적으로,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사업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 북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코즐로두이 원전 단지에 대형 원전 2기를 추가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본계약은 이르면 올 4분기 체결된다.
슬로베니아와 핀란드에서는 협력사인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대형 원전 사업을 공동 추진 중이다. 미국이 자국 내 원전 공급 목표를 공격적으로 설정한 데다 웨스팅하우스가 이를 주도하는 만큼 시공 협력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미국 미시간주에서 추진하는 펠리세이즈 SMR 사업은 기본 설계를 완료해 올해 말 착공을 앞두고 있다.
국내 주택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해외 인프라·에너지 시장은 건설업계의 새로운 성장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사우디, 미국, 동유럽에서 진행되는 초대형 원전·플랜트 사업은 향후 10년 이상 안정적인 수익원을 제공할 핵심 분야로 꼽힌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10년 이상의 시간을 이끌어갈 원전 사업이 단순한 기대를 넘어 실제가 되는 순간이 멀지 않았다"며 "올해 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미국 펠리세이드 소형모듈원자로(SMR) 착공(4조원 예상), 불가리아 원전(10~12조원 예상) 수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글로벌 원전 기업 중 가장 실제적인 성과를 가장 근시일에 보여줄 기업"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