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존도 높은 리튬 이온 배터리 외 저가형 배터리 제품 주목
LFP 배터리, 가격 경쟁력 외에도 주류로 부상…완성차 탑재 사례 늘어
[미디어펜=박재훈 기자]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흐름이 점차 LFP(리튬, 인산, 철) 배터리 쪽으로 기우는 경향이 커지는 가운데 캐즘의 대안이 아닌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음에도 가격 경쟁력과 안정성, 기술 개선이 맞물리면서 시장은 LFP배터리를 장기적으로 수용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CATL 부스에 전시된 배터리 탑재 차량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달아 LFP배터리 기반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저가형 모델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특히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선두 업체들이 엔트리급 모델에 LFP배터리를 적극적으로 탑재하고 긍정적인 소비자 반응을 얻는 추세다.

이로 인해 전기차 보급 확대 과정에서 합리적 선택지로 자리 잡고 중국의 CATL과 BYD가 이를 발판 삼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북미와 유럽 역시 가격과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전략적 차원에서 LFP배터리 채택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가격 민감층 공략이 시작되면서 캐즘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기차 가격 부담이 여전히 소비자 진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는 만큼 값싼 배터리 기반의 차량 확대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완성차 업체에서는 장기 성장을 위해 고성능 삼원계뿐 아니라 별도의 저가 제품군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점유율 경쟁의 쟁점이 되고 있다.

전기차 시장 초기에는 삼원계 배터리 중심의 고사양 차량이 판매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2만~3만 달러대 보급형 모델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가격 경쟁력’이 핵심 화두가 됐다. 배터리 단가가 전체 차량 가격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기차 특성상 값싼 배터리 확보 여부가 판매 확대의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다.

해당 과정에서 LFP배터리는 가장 즉각적이고 검증된 해법으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기술 발전으로 주행거리 한계를 점차 극복하면서 보급형 모델을 넘어 일부 중형급 모델까지 LFP 탑재가 확대되고 있다. 동시에 배터리 업체들은 리튬 가격 변동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자원 기반의 배터리 대안 탐색에도 나서고 있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아직도 삼원계에 강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고에너지 밀도, 고성능 제품에서 글로벌 최상위 경쟁력을 갖췄으나 전기차 시장이 대중화 국면으로 접어들며 중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LFP 기반 저가 수요 확대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단기적으로는 전고체 배터리, 하이망간 삼원계 등 기술 고도화에 초점을 맞추더라도 장기적 시장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LFP나 나트륨 이온 배터리 같은 대체 기술 포트폴리오를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만일 저가형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데 국내 기업들이 삼원계에만 집중한다면 가격 민감형 시장에서 중국이 사실상 독점하는 구도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저가 제품군 포트폴리오 재편…'탈리튬' 전략 통해 의존도 낮춰야

   
▲ 중국 CATL이 LFP 배터리 신제품을 공개하는 행사 모습./사진=CATL 유튜브

일부 국내 업체들은 이미 후발주자로 LFP배터리 라인업 검토에 나서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원가 절감과 자원 공급망 안정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기술 다변화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들어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새로운 잠재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나트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 측면에서는 LFP배터리와 비슷하거나 다소 낮지만 원재료 조달에서 리튬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리튬 가격은 지난 수년간 급등락을 반복하며 배터리 가격 변동성을 키웠다. 리튬 배터리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높아 항상 공급망이 해결과제로 거론된다. 전기차 배터리 등급의 고순도 제련 및 정제된 리튬은 글로벌 물량 65%가 중국에서 채굴되고 있다.

이에 반해 나트륨은 지각 내 부존량이 리튬보다 훨씬 풍부하고 분포도 고르게 퍼져 있어 자원 무기화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다. 특히 중국 CATL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 모델을 선보이며 기술 경쟁을 본격화한 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역시 잠재력을 재검토하는 분위기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탈리튬’ 기반 기술이 장기적으로 중요한 전략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공급망 독립성을 높이고 리튬 중심의 원료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저가 제품군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도원 카테크(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잠재력은 대상 시장의 환경과 차량 용도에 따른 선택지 확대로 완성차 기업에 전동화를 위한 전략적 도구를 제공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 중장기 기술개발 전략 수립에 있어 기술의 성능 지표 우위 외에도 시장 경쟁력과 같은 경제성 공급망 변동 대응 능력 등을 포괄하는 종합적이고 균형 있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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