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조선업계에 적자를 안겨온 해양플랜트 사업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LNG(액화천연가스) 수요 전망과 미국의 화석연료 부활 정책 변화로 발주가 늘어나면서 조선사들의 수익성도 함께 개선되는 양상이다.
|
 |
|
▲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심해용 FLNG 표준모델 MLF-O./사진=삼성중공업 제공 |
16일 글로벌 에너지 분석‧컨설팅 전문기관 Rystad Energy에 따르면 전 세계 LNG 생산능력은 2023년 연간 4억8600만 톤(Mtpa)에서 2030년까지 7억5500만 톤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화석연료 부활 정책이 글로벌 LNG 시장에 힘을 더하면서 수출 확대와 대규모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추진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확대 점유율 확보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때 해양플랜트 대규모 수주는 국내 조선사들에 큰 손실을 남겼다. 2010년대 초반 고유가 시기에 맞춰 해양플랜트에 주력한다는 목표로 대규모 수주를 이뤄냈지만, 이후 유가가 떨어지면서 발주처의 인도 거부 등으로 해양플랜트 설비들이 악성재고로 남아 수년간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분위기는 다르다. 단순한 수주 증가뿐 아니라 미국 등 외부 수요(특히 LNG)의 본격 회복이 맞물려 있다.
실제 부유식액화천연가스생산설비(FLNG) 분야의 강자로 자리 잡아온 삼성중공업은 올해 글로벌 해양플랜트 발주 9건 중 5건을 수주하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통상 FLNG 1기당 가격은 15억~30억 달러(약 2조~4조 원)에 달해 1기를 수주하면 LNG 운반선을 6~12척 수주하는 효과를 낸다.
이러한 수주 호황에 힘입어 최근 골라 LNG(액화천연가스) 운송 전문 기업 Golar LNG가 추진하는 FLNG 프로젝트에서도 삼성중공업은 설계·건조를 맡을 유력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현재 골라는 연간 액화 용량(200만~540만 톤)에 따라 MK I, MK II, MK III 등의 설계를 검토 중인데, 이 중 역대 최고 용량으로 꼽히는 540만 톤 규모의 MK III 설계를 삼성중공업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골라는 EPC 가격과 조선소 가동률이 확정되는 대로 네 번째 FLNG 유닛의 설계를 확정하고 발주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이후에도 추가적인 발주 의사를 시사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당 프로젝트는 규모와 비용 측면에서 손꼽히는 사업”이라며 “수주하게 된다면 조선사의 독보적인 기술력과 안정성을 간접적으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해양플랜트 분야의 호황은 삼성중공업에만 그치지 않았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해양 부문에서 수년 만에 흑자 전환을 기록했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당 부문에서 누적 손실만 5545억 원에 달하는 등.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유가 하락에 따른 발주 중단, 원가 상승, 공정 지연, 인건비 부담 등의 고비를 맞으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결과다.
하지만 △멕시코 트리온 초심해 유전 개발 프로젝트 △미국 쉐난도어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FPS) 등 원가 상승분을 반영하는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한 프로젝트들이 본격 건조에 들어가면서, HD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사업부문은 올해 상반기 매출 4051억 원, 영업이익 453억 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와 함께 HD현대중공업은 현재 카타르, 아부다비, 쿠웨이트 지역의 공사 4개에 입찰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술 개발도 활발히 이뤄지는 중이다. 지난 11일 한화오션은 한국산업단지공단과 공동으로 중소기업의 조선해양플랜트산업 위기 대응을 위한 ‘기술이전 상담회’를 개최했다.
기술 이전으로 고도화된 기술 기반의 해양플랜트 사업 참여를 지원하고 궁극적으로는 국내 조선업계 전반의 기술 역량과 시장 경쟁력을 동시에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한화오션은 보유한 특허 200건(LNG 기술, 환경 대응 기술 등)의 기술이전을 위해 1대1 매칭상담 및 사업화 방안 소개 등을 주요 내용으로 상담회를 진행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한화오션의 기술 이전이 부품 국산화와 공급망 안정화를 통한 산업 생태계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중소기업과의 연계로 플랜트 원가 및 조달 리스크 완화 효과가 기대된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해양플랜트 시장 흐름은 과거의 반복이라기보다 ‘구조적 기회’로 봐야 한다”며 “조선사들의 움직임은 단순 수주 회복을 넘는 체질 개선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지만, 한 건의 대형 프로젝트에 의존하는 사업 특성상 리스크 관리의 철저성이 향후 성패를 가를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