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원장 임원회의서 입법지원 TF 가동 지시…조직개편 수용 강조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으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조직개편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찬진 금감원장이 "금감원은 공적 기관으로서 정부 결정을 충실히 집행할 책무가 있다"며 정부 의견을 두둔하고 나섰다. 조직개편 여파로 내부 동요가 극심한 가운데, 직원들은 "소비자보호보다 윗선 눈치보기가 더 중요한가"라며 격분하는 모습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이날 본원 임원회의에서 "감독체계 개편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수개월 논의와 당정대 협의를 거쳐 공식적인 정부 조직개편안으로 최종 확정·발표된 사안"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원과 직원들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 로비에서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고,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규탄하고 있다. 2025.9.10/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러면서 그는 내부 직원들에게 "업무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달라" "경각심을 갖고 임해달라"는 취지의 당부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 일환으로 이 원장은 이세훈 수석부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입법 지원 태스크포스(TF)'를 즉시 가동하라는 지시도 내렸다는 후문이다. 이는 관련 법 개정 등 논의에 참여할 금감원의 입장을 정리하는 취지로 보인다.
 
정부 조직개편안에는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고, 금융위의 금융감독기능은 신설하는 '금융감독위원회'로 넘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금감위에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설치하고,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보호원과 이원화해 두 기관 모두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을 살펴보면 금소원은 서울에 설치되며, 금융감독위원회는 기존 9명(금융위)의 위원에서 금소원장 추가 임명에 따라 10명의 위원으로 늘어난다. 금감원은 금소원 분리에 따라 기존 부원장 4명·부원장보 9명 체제에서 부원장 3명·부원장보 8명으로 축소된다. 금소원은 원장 1명, 부원장 1명, 부원장보 3명 이내, 감사 1명을 둔다. 아울러 금감원과 금소원은 공동검사를 요구할 수 있는 조항도 신설된다. 

매일 아침 출근길 시위를 이어오고 있는 금감원 직원들은 이 원장의 이날 임원회의 발언에 격분하고 있다. 금감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금감원이 공적기관으로서 정부 결정을 충실히 집행할 책무가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그 결정이 금융소비자와 금융시장, 나아가 국가경쟁력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되는 경우에도 정부 결정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지 이찬진 금감원장에게 되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대위는 "금융상품 개발-판매-민원 응대 등 일련의 절차를 서로 다른 기구가 나눠 감독하게 된다면 감독기구 간 책임회피·전가로 인해 오히려 금융소비자의 피해만 늘어날 것"이라며 "금융회사와 시장은 두 개의 감독기구 사이에서 혼란에 빠질 것이며, 궁극적으로 금융혁신을 저해하고 국가경쟁력까지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는 "(이찬진 금감원장의 발언은) 금융소비자, 더 나아가 국민은 뒷전으로 하고 윗선 눈치 살피기에만 급급한 행태에 불과하다"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자신의 역할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오는 1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재부·금융위 조직 및 금융감독체계 개편, 개선인가 개악인가'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아울러 금감원 비대위는 오는 18일 국회 앞 야외 집회 등 장외 투쟁을 진행하는 등 여론전을 확대할 계획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