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현지화 투트랙으로 글로벌 복합위기 대응
2030년 친환경차 330만대·판매 555만대 목표
호세 무뇨스 "車관세 15% 인하 조속 합의 기대"
[미디어펜=김연지 기자]현대자동차가 향후 5년간 총 77조3000억 원을 투자하고 하이브리드(HEV) 라인업을 두 배 이상 확대하는 중장기 전략을 내놨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고율 관세 등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전동화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 555만 대·친환경차 330만 대 달성을 추진한다.

현대차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더 셰드에서 글로벌 투자자,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등을 대상으로 '2025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중장기 전략과 재무 계획을 발표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현대차가 다시 한번 불확실성의 시기를 다시 마주했다"며 "글로벌 판매량 확대, 생산 거점 확보, 다각화된 포트폴리오 등으로 변화를 주도하는 미래 모빌리티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CEO) 사장이 '2025 현대차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현대차 제공


◆ 전동화 포트폴리오 강화…18종 이상 HEV 라인업 구축

현대차는 하이브리드를 전동화 전략의 전면에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8종 이상의 HEV 라인업을 2030년까지 구축해 엔트리부터 대형·럭셔리까지 세분화된 모델을 공급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럭셔리 HEV가 출시되며, 합리적인 가격대의 엔트리 모델도 준비된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연료 효율과 주행 성능을 동시에 개선하고, 고전압 배터리를 활용한 스테이 모드와 V2L(차량 외부 전력 공급) 기능을 제공해 소비자 경험을 한층 넓힌다. 이는 단순한 '효율의 HEV'를 넘어 '다기능 친환경차'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이와 함께 전기차(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수소전기차(FCEV)를 지속 확대해 다양한 파워트레인 선택지를 마련한다. 특히 EREV는 배터리 용량을 전기차 대비 절반 이하로 줄이면서 충전 부담을 경감하는 차세대 대안으로 2027년 출시 예정이다.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별 전략 모델도 병행한다. 내년 유럽 시장에는 소형 EV '아이오닉 3'를, 중국에는 현지 생산 전동화 SUV·세단을, 인도에는 2027년 현지 전략형 소형 SUV EV를 투입한다. 시장 맞춤형 라인업으로 전동화 수요 둔화를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 투자·생산 능력 확대…5년간 77조3000억원 투입

현대차는 같은 기간 연구개발(R&D) 30조9000억 원, 설비투자(CAPEX) 38조3000억 원, 전략투자 8조1000억 원 등 총 77조3000억 원을 투입한다. 지난해 발표한 계획보다 7조 원 늘어난 규모로,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환, 차세대 배터리 시스템, 현지화 전략 강화 등에 집중된다.

판매 목표는 올해 417만 대에서 2030년 555만 대로 확대된다. 이 가운데 60%인 330만 대는 HEV·EV·EREV·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채워진다. 특히 북미와 유럽의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각각 77%, 85%로 올라설 전망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현대차는 미국 메타플랜트(HMGMA) 생산능력을 2028년 50만 대로 확대하고, 인도 푸네공장 25만 대, 울산 전기차 신공장 20만 대까지 더해 2030년까지 글로벌 생산능력을 120만 대 이상 추가 확보한다. 울산 신공장은 내년 1분기 완공돼 전기차 양산에 돌입한다.

다만 관세는 불확실성 요인이다. 현재 한국산 자동차는 25% 관세가 유지되는 반면, 일본산은 지난 16일부터 15% 인하가 적용되고 있다.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이날 “오늘 가이던스는 25% 관세율을 기준으로 작성됐다”며 “관세율이 15%로 내려온다면 기존 가이던스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근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가 조속히 합의에 도달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북미 특화 전략…신형 픽업트럭 출시·현지 협력 강화

현대차는 북미 특화 전략도 공개했다. 북미 시장은 상반기 판매 61만 대로 글로벌 최대 시장이며 매출 비중도 38%에 달한다. 현대차는 1986년 진출 이후 205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2028년까지 260억 달러를 추가 투입해 제철소 건설, 생산능력 확대, 로봇 공장 신설 등을 추진한다.

현대차는 앨라배마 공장과 미국 메타플랜트(HMGMA) 가동을 확대하고 공급망 대응력도 강화한다. 모델 전략 측면에서는 '싼타크루즈' 후속 중형 픽업을 2030년 이전에 내놓고, 전기 상용밴·수소전기트럭·트레일러 제품으로 상용차 공략을 강화한다.

자율주행과 EV 분야에서는 현지 기업과 협력을 넓힌다. 웨이모와는 아이오닉 5에 6세대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해 올해 말 도로 시험을 시작하고, GM과는 중형 픽업·소형 SUV·전기 상용밴 등 5개 차종을 공동 개발해 연간 80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한다.

온라인 판매도 확대한다. 미국 내 현대차 딜러의 41%가 아마존 오토스에 입점했으며, 신규 소비자 유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는 추가 참여를 유도해 온라인 기반 판매 채널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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