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내 의약품에 대해 25% 이상의 관세 부과 방침을 예고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관세 리스크 해소를 위한 현지 투자 및 글로벌 생산 거점 확대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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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영국을 떠난 뒤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19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영국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하는 과정에서 의약품에 대한 관세율을 최소 25% 이상으로 설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의약품에 대해서는 150~250% 수준의 관세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발언은 단순히 경고 차원에 그치지 않고 미국 제약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실제 정책 카드’로 추진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마진 높은 의약품, 관세도 높인다…수출 경쟁력 부담↑
특히 이번 조치가 자동차의 관세율인 25%보다 높게 제시된 것은 의약품 산업의 수익성과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자동차 산업이 미국 내 고용과 제조업 기반을 의미한다면 의약품 산업은 직접적으로 의료비 절감과 혁신 기술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보다 수익성이 높은 산업에는 더 높은 관세를 매겨야 한다”는 논리를 적극 반영한 셈이다.
실제로 의약품 시장은 다른 제조업 품목과 달리 글로벌 밸류체인에 따라 수익성이 좌우된다. 또한 R&D(연구개발)을 비롯한 생산 패턴에서 미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 상당수 존재한다. 미국 정부가 의약품을 전략물자로 간주하며 자국 내 보호와 투자를 독려하는 배경에는 단기적 무역수지 개선뿐 아니라 중장기 산업 생태계 재편 전략도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이번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완제의약품 생산이나 바이오시밀러 수출을 통해 미국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는 다수의 한국 기업들은 수출 경쟁력에서 부담이 커진다. 아울러 신약 분야 대비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관세율이 매겨질 경우 원가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글로벌 주도권 경쟁, 다핵화가 '중요'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조기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미국 내 생산 기지를 확보하거나 현지 계약 생산 확대를 통해 ‘관세 회피’ 효과를 노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빅파마들은 수년 전부터 미국 내 제조 시설을 꾸준히 확충하고 있는 추세다. 국내 기업들도 최근 캘리포니아, 뉴저지 등 제약 클러스터 지역에 합작 또는 단독 투자를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한 투자 속도를 높여 글로벌 임상과 생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는 움직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관세 정책이 언제든 예고 없이 강화될 수 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이 특정 국가 혹은 특정 허브에 집중한 수출 전략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대응을 단순한 ‘관세 정책’이 아니라 ‘산업 주도권 다툼’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은 자국 내 제약 생태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한국·유럽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경쟁국의 성장 속도를 제어하려는 의도도 함께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받는 영향이 크지만 동시에 미국 내 진출과 투자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열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부담 증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국내 제약업계는 의존도가 높은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 의약품들 상당수가 수출 채널에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업계는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히 선거 전략 차원이 아닌 정책적 연속성을 가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관세 정책이 구체화될 경우 한국 제약의 대미 진출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안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확장 전략에서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단순히 수출 물량 확대로는 위험을 해소할 수 없는 만큼 현지 투자 확대와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강화가 현실적인 대응책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바이오시밀러 중심으로 미국 시장 진출을 타진했지만 앞으로는 생산과 유통, 임상 전반에서 미국 현지를 포함한 다핵화 전략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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