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모듈(구조물)을 사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 건축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단순 가전 판매를 넘어 집 전체를 '스마트 플랫폼'으로 묶는 비지니스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건축 단계에서부터 스마트홈 플랫폼을 포함해 설계할 경우 장기 고객으로 이어지는 락인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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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북도 김제에 설치된 모듈러 주택 'LG 스마트코티지'를 둘러보고 있는 방문객들./사진=LG전자 제공 |
19일 업계에 따르면 모듈러 주택은 주요 구조물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건축비와 인건비를 줄이고 공사 기간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외 주택 수요 대응 전략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설계 단계부터 전력·통신·기계 설비가 통합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가전·에너지·서비스를 한번에 수주할 수 있는 기회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초기부터 최적화된 스마트홈 환경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최초로 모듈러 건축 사업을 시작한 유창이앤씨와 AI 스마트 모듈러 건축 상품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모듈러 건축에서도 스마트싱스(SmartThings) 플랫폼을 중심으로 가전, IoT, 보안, 에너지 관리 기술을 통합해 연결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2025 전시관 인근에 218㎡ 규모 '스마트 모듈러(조립식) 홈'을 선보이기도 했다. 사물인터넷(IoT), 엔터테인먼트, 넷 제로 에너지, 수면, 스마트싱스 프로 등 6개 콘셉트를 기반으로 거실, 현관 등의 공간을 꾸몄다. 이 주택 역시 삼성물산이 짓고 삼성전자가 스마트홈 설루션과 가전을 공급했다.
독일 모듈러 건축 기업 홈원(Home One)과도 협업을 맺고 독일 전역이나 유럽 일부 지역 대상으로 스마트싱스 플랫폼 기반의 스마트 모듈러 주택을 공급키로 했다. 홈원과 협력을 통해 실증 모델을 준비하고 있으며, 유럽 시장 확대도 검토 중이다.
LG전자는 씽큐(ThinQ) 플랫폼과 냉난방공조(HVAC) 기술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를 구현해 내놓은 모듈러 주택 콘셉트 브랜드가 '스마트코티지'다. 스마트코티지는 AI 가전과 HVAC 기술을 통합해 사계절 내내 최적의 생활 환경을 구현하는 게 특징이다.
스마트코티지는 오프그리드(off-grid)를 지향하는 소형 주택, 세컨드 하우스, 캠핑형 주거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6월 전라북도 김제에서 운영 중인 LG 스마트코티지 '오픈하우스'도 예약 오픈 7일만에 매진됐다.
차별성도 감지된다. 삼성전자, LG전자 두 회사 모두 집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바라보면서도 삼성전자는 '연결성'에 LG전자는 '에너지 효율화'로 차별화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즉 삼성전자는 모든걸 하나로 연결하는 플랫폼에, LG전자는 에너지와 공조 중심의 생활 환경 최적화를 앞세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두 회사 모두 단일 제품이 아닌 집 전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보는 전략을 본격화하는 이유는 시장 성장세에 있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2024년 약 1035억 달러(한화 약 143조 원) 규모였던 세계 모듈러 건축 시장은 연평균 7~8% 성장률을 기록하며 2030년에는 약 1620억 달러(약 220조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집을 하나의 스마트 플랫폼으로 정의하려는 시도가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며 "향후 적절한 상품 개발과 생산 체계 구축이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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