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관세 부담 등 글로벌 복합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차·기아가 '현지 맞춤형 전략'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유럽·일본 등 소형 전기차 시장과 호주 픽업 시장을 집중 공략해 성과를 내는 한편, 미국에선 현지 생산 확대와 파트너십을 통해 불확실성 극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기아는 유럽 전기차 시장 성장세 속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1~7월 두 회사의 유럽 전기차 판매는 10만6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역대 최단기간에 전기차 10만 대 판매를 돌파한 것이다. 현대차는 이른바 '수입차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 시장에서도 소형 전기 SUV 인스터(국내명 캐스퍼EV)를 앞세워 유의미한 실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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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셉트 쓰리'의 외장 이미지./사진=현대차 제공 |
◆ 유럽·일본 공략…소형 EV로 입지 확대
기아는 'EV3'로 유럽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자토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EV3 판매량은 올 상반기 3만5023대로 유럽 전기차 시장 6위를 기록했다. 합리적인 가격과 최대 500㎞ 안팎의 주행거리를 무기로 소형 EV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일본에서도 맞춤형 전략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는 소형 전기 SUV 인스터(국내명 캐스퍼EV)를 앞세워 재진출 3년 만에 판매 반등의 기틀을 마련했다. 올해 1~8월 일본 시장에서 648대를 판매하며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량(618대)을 넘어섰고, 현지 소비자가 선호하는 소형차 특성을 반영한 전략형 모델로 자리 잡았다.
호주에서는 기아가 첫 픽업 '타스만'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출시 직후 호주 누적 판매 100만 대를 돌파하며 1988년 진출 이후 37년 만에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국토가 넓고 픽업 수요가 꾸준한 현지 특성을 고려해 개발 단계부터 소비자 의견을 반영한 결과로, 기아의 '현지 특화 전략'이 제대로 작동한 사례로 평가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현지 맞춤형 전략 성과를 기반으로 유럽에서의 전동화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달 초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에 동반 참가해 각각 아이오닉 브랜드 첫 소형 전기차 '콘셉트 쓰리'와 소형 SUV 'EV2' 콘셉트를 공개했다.
현대차는 콘셉트 쓰리를 내년 '아이오닉 3'로 양산할 계획이다. 해치백 형태의 이 모델은 유럽 기술센터가 개발 초기부터 참여해 현지 소비자 취향에 맞춰 설계됐으며, 생산은 튀르키예 공장에서 이뤄진다. 기아가 선보인 EV2는 EV3보다 한 체급 낮은 소형 SUV로 합리적 가격대와 도심 주행 최적화를 내세운 유럽 전용 모델이다. 2026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콘셉트 단계부터 '유럽 맞춤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미국서 생산 확대·파트너십으로 불확실성 대응
미국 시장은 관세와 보조금 축소로 불확실성이 가장 큰 무대다. 한국산 자동차에는 여전히 25% 관세가 적용되는 반면 일본산은 15%로 낮아졌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관세율이 15%로 내려온다면 기존 가이던스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미 간 조속한 합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는 이에 대응해 현지 생산 능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2028년까지 연간 생산능력을 50만 대로 끌어올릴 예정이며, 앨라배마 공장과 함께 북미 최대 전동화 거점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단순 조립을 넘어 배터리와 전동화 부품 현지 조달 비중도 확대해 관세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현지 기업과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웨이모와는 자율주행 기술을, GM과는 중형 픽업·소형 SUV 등 5개 차종 공동개발을 진행 중이다. 아마존과는 온라인 판매 채널을 확대해 새로운 고객층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미국 소비자의 구매 패턴에 맞춘 맞춤형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은 기술·판매·생산 전반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IRA 축소로 전기차 보조금 혜택이 줄면서 미국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차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이러한 시장 변화를 반영해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대폭 확충하는 동시에 전기차와 상용차는 현지 생산 확대와 파트너십을 통해 불확실성을 돌파한다는 구상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가 유럽과 일본에서는 소형 전기차, 호주에서는 픽업, 미국에서는 생산·협력 확대 등으로 지역별 최적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도 현지화 전략은 단순 대응을 넘어 장기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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