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권이 올 상반기 역대급 순이익을 거뒀지만 핵심수익인 이자이익에서 본격 역신장세를 보여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은행권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담합 과징금, 정부의 금융회사 수익에 대한 교육세 인상 방안 등이 차례로 대기하고 있어 은행 이익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은행권 자산 건전성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른 만큼, 올 하반기 건전성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2일 한국금융연구원이 펴낸 금융브리프 포커스 '국내은행의 상반기 경영성과 및 향후 전망'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8.4% 급증한 14조 9000억원을 거두며 역대급 순이익을 또다시 경신했다. 이자수익보다 환율 및 시장금리 하락 등 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비이자이익 증가, 지난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금 기저효과 등의 일회성 비용요인 영향이 컸다. 실제 은행권 영업실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핵심 수익원인 이자이익은 약 1000억원 감소한 29조 7000억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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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권이 올 상반기 역대급 순이익을 거뒀지만 핵심수익인 이자이익에서 본격 역신장세를 보여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은행권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담합 과징금, 정부의 금융회사 수익에 대한 교육세 인상 방안 등이 차례로 대기하고 있어 은행 이익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은행권 자산 건전성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른 만큼, 올 하반기 건전성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무엇보다 은행권 총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순이자마진(NIM)과 대출규모에 대한 하반기 전망이 매우 부정적이라는 점에서 하반기부터 실적 악화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은행권의 이자이익 비중은 올 상반기 85.1%에 달해 전체 이익이 이자이익 규모에 좌우된다. 이에 올 하반기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 기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및 시장금리 하락 등으로 은행 NIM도 2022년 4분기 이후의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게 금융연구원의 전망이다.
시장금리 하락 외에도 NIM 하락요인이 상당한데, 우선 지난 1일 예금자보호한도 1억원 상향 조치 이후 시중자금의 이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한도 상향 조치 이후 일부 은행들은 미리 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조달금리가 일부 높아졌는데, 하반기에도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은행권 NIM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경기 악화로 기업대출 수요가 뜸하다는 점도 이자이익 전망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와 함께 공정위의 은행 간 LTV 담합 및 홍콩 ELS 불완전 판매 등에 대한 과징금 리스크도 은행 이익에 부정적이다. 앞서 공정위는 4대 은행이 약 7500여건의 LTV 관련 자료를 수년 간 공유해 사실상 대출 한도를 담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최대 1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홍콩ELS 불완전 판매에 따른 과징금도 예상되는데, 이러한 과징금들이 실제 부과될 경우 은행 이익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아울러 정부의 교육세 인상 방안 등도 은행권 이익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금융회사 수익에 0.5%를 부과하던 교육세율을 수익금액 1조원 초과분에 기존보다 2배인 1.0%로 인상하는 교육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과징금·비용 리스크와 더불어 건전성 관리도 은행권이 주의해야 할 요소로 꼽힌다. 국내은행의 2분기 말 연체율은 0.60%로 직전 분기보다 다소 개선됐고, 부실채권(NPL)비율도 지난 분기 수준인 0.59%로 1분기와 대동소이한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2분기 부실채권 정리액이 1분기보다 훨씬 많았는데 현상유지에 그쳤다는 점이다. 향후 신규부실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건전성 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를 집필한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은행의 2분기 중 부실채권 정리규모는 6조 5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조원이나 증가했음에도 불구 여전히 높은 수준의 연체율과 부실채권비율이 유지되고 있다"며 "2분기 중 신규발생 부실채권은 6조 4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000억원 증가해 국내은행의 건전성 악화 추세가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녹록지 않은 경기상황 등을 고려할 때 국내은행은 앞으로도 대출자산의 건전성 관리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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