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프랜차이즈 본부가 가맹점에 물품을 공급하며 붙이는 유통마진(차액가맹금)을 가맹금으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법원이 최근 피자헛 2심에서 ‘전부 가맹금’으로 판단하며 210억 원 반환을 명령한 가운데, 업계는 ‘정상이윤까지 가맹금으로 보는 건 산업 존속 자체를 흔드는 판결’이라며 대법원 최종 판단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통차액이나 유통마진 등 업계에서 통용되는 말을 대신해 ‘차액가맹금’이라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용어가 들어오면서 판사에게까지 혼동을 주고 있습니다. 피자헛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 2심 판결이 유지된다면 프랜차이즈 산업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계약 체계가 무너질 겁니다.”
최영홍 고려대 유통법센터장은 22일 오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차액가맹금 소송 전문가 설명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피자헛 소송 2심 판결에서 발생한 법리적 문제를 지적하면서 재판부가 기본적인 내용을 잘못 해석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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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홍 고려대 유통법센터장이 22일 오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차액가맹금 소송 전문가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
최 교수는 ‘차액가맹금’이란 잘못된 용어에서 모든 문제가 불거졌다고 짚었다. 현행 가맹사업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차액가맹금은 실질적으로 가맹본부의 구매원가와 재판매가격 간 유통마진에 해당하는데, 재판부가 이를 전부 ‘가맹금’으로 해석한 것은 명백한 오류라는 지적이다.
현재 ‘차액가맹금’으로 규정된 금액 안에는 세금을 비롯해 물류·보관 등 필수업무에 따른 인건비, 도매 유통 단계에서 인정되는 정상이윤 등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어떤 물품을 1000원에 구매해서 가맹점에 1050원에 판매했다면, 50원이 차액가맹금에 해당된다. 한국피자헛이 책정한 차액가맹금은 예시와 비슷한 약 4% 수준이었는데, 2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명시되지 않은 ‘가맹금’으로 판단하고 가맹점주에게 210억 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최 교수는 “설령 차액가맹금을 가맹금으로 인정한 원심 논리가 맞다고 하더라도, 유통비용이나 정상적 이윤에 해당하는 금액은 제외한 나머지를 반환하도록 했어야 한다”면서 “원심대로 차액가맹금을 전부 반환해야 한다면 가맹 사업 자체가 존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잘못된 판례’ 나올 경우 ‘프랜차이즈 산업 위기’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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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호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이 '피자헛 판결'과 관련한 업계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
프랜차이즈 업계 역시 피자헛 소송 판결이 유지되면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이 중대한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가맹본부가 브랜드 로열티와 별도로 필수품목에 대해 유통마진을 부과해 가맹점에 공급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나 같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해당하는데, 원심은 업계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사전 정보공개서에 기재되지 않은 차액가맹금을 모두 돌려주라는 판례가 생기게 되면 줄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피자헛 2심 판결 이후 현재까지만 해도 bhc, 배스킨라빈스, 투썸플레이스 등 17개 프랜차이즈 브랜드에서 관련 소송이 벌어진 상황이다. 영세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엔 도산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공포에 떨고 있다. 실제로 한국피자헛은 패소 후 계좌 압류 조치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결국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박호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은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큰 사건이 됐다. 실제로 최근 세계프랜차이즈업계 회의에 참석했을 때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여러 곳에서 질문을 받았다”면서 “거꾸로 우리나라에선 로열티를 받을 경우엔 유통마진을 남기면 안 된다는 판결이 나왔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유통마진 없이 필수품목을 공급해 주는지 물어봤다. 다들 ‘무슨 소리냐, 어떻게 원가에 줄 수 있냐’ 하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최윤진 빵아빵아 대표는 “현재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지 약 5개월 정도 됐는데, 신제품이 계속 출시되는 상황에서 정보공개서에 기재되지 않은 내용이 문제가 된다고 하면 신생 프랜차이즈는 정말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정보공개서를 한번 수정해서 등록할 때마다 300만 원 정도 비용이 드는데, 이걸 매번 신제품 출시 때마다 다시 등록해야 한다면 너무 큰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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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태운 법무법인 선운 변호사가 대법원 보조참가 신청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
앞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이 같은 업계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피자헛 차액가맹금 소송의 상고심 재판부에 보조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협회 측은 정상적인 비용과 이윤까지 ‘숨은 가맹금’으로 처리해 반환하도록 하면 중소 가맹본부들이 직격탄을 맞고 소비자도 피해를 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판결이 업계 전체에 미칠 영향이 큰 만큼, 업계가 처한 현실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이에 맞는 명확한 판단 기준을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윤태운 법무법인 선운 변호사는 “피자헛 판결로 인해 우리도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업체들의 우려가 많다. 무분별한 소송으로 인해 프랜차이즈 업계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보조참가를 신청하게 됐다”면서 “가맹본부가 원부자재를 원가에 공급해야 한다는 인식이 과연 합리적인가 의문이 든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서로를 적대시하는 문화를 배제하고, 프랜차이즈 본연의 상생 취지를 되찾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영홍 고려대 유통법센터장은 “원심은 오류가 많아 도처에 지뢰가 깔린 꼴로, 어디든 밟고 터뜨리면 그 뒤는 논할 필요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대법원에서 판결이 바뀔 것이라 확신한다. (판결이) 안 바뀐다면 세계에서도 ‘저런 나라가 있나’라고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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