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집념 털어버리면 미국과 마주하지 못할 이유 없어”
남한 향해선 이 대통령 실명 첫 언급 “결단코 통일 불필요”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대통령실은 22일 “북한의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미대화를 지원해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한 노력을 경주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비핵화라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강하게 강조하면서 “미국이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면 미국과 마주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것에 대한 입장을 낸 것이다. 

김 위원장은 남한에 대해선 이재명 대통령의 실명을 처음으로 언급하며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개 국가를 국법으로 고착시킬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참석이 유력해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미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경주 APEC에 초청하면서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언급한 바 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 연설에서 “단언하건대 우리에게서 ‘비핵화’라는 것은 절대로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면서 “미국과 그의 동맹국들이 50년, 100년 비핵화를 열창해도 공화국의 핵보유 사실은 변함없이 남아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20~2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가 진행됐다고 노동신문이 22일 보도했다. 2025.9.22./사진=뉴스1

이어 “제재 풀기에 집착해 적수국들과 그 무엇을 맞바꾸는 것과 같은 협상 따위는 없을 것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라며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해 우리와 진정한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미국과 마주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고 했다.

또 “이 기회에 한국과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보다 분명히 하고자 한다”며 “우리는 한국과 마주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하지 않을 것이다. 일체 상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 결단코 통일은 불필요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하며 “이번에 새로 들어선 리재명 정부가 이전 정권들과의 차별화를 제창하고 있는데 본질상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흡수통일’ 야망에 있어서는 이전의 악질 보수정권들을 무색케 할 정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느 하나가 없어지지 않으면 안 될 통일을 우리가 왜 하겠나. 우리는 명백히 우리와 한국이 국경을 사이에 둔 이질적이며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개 국가임을 국법으로 고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북한의 현재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정부는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적대적 행위를 할 뜻이 없음을 밝힌 바 있다”면서 “정부는 긴 안목을 가지고 긴장완화와 신뢰회복을 통해 남북 간의 적대를 해소하고 평화적 관계로의 발전을 추진해나갈 것이다. 또한 북미 대화 지원 등 핵 없는 한반도와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도 경주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