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성인 단백질 시장 1위 자리를 둔 경쟁이 '누적 매출' 속도전으로 번지는 가운데, 매일유업 '셀렉스'의 성과 발표 시점을 두고 업계의 고개가 갸웃거리고 있다. 경쟁사인 일동후디스 '하이뮨'과 비슷한 시점에 누적 매출 6000억 원 고지를 밟았다고 발표했지만, 직전 5000억 원 달성 시점은 7개월이나 지나서 공개하는 등 '고무줄' 홍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숫자'를 두고 벌이는 아슬아슬한 신경전이, 자칫 소비자에게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의 누적 매출 발표 시점은 기이할 정도로 엇갈린다. 일동후디스 '하이뮨'은 지난해 8월 누적매출 5000억 원을 달성하고, 두 달여 뒤인 10월 말 이를 공식화했다.
반면 매일유업 '셀렉스'는 지난해 10월 5000억 원을 달성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그로부터 약 7개월이 지난 올해 5월에서야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이뮨보다 실제 달성 시점은 늦었지만, 묘하게도 '공식 발표' 흐름은 같이하고 있다.
두 브랜드의 '6000억 원 고지전'은 더욱 흥미롭다. 하이뮨이 이달 초 누적매출 6000억 원 돌파를 알리자, 셀렉스 역시 비슷한 시점에 홈쇼핑 판매 방송 자료를 통해 6000억 원 달성을 알렸다. 불과 4개월 전, 7개월이나 묵혔던 성과를 뒤늦게 홍보하던 모습과는 확연히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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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동후디스 '하이뮨'(왼쪽)과 매일유업 '셀렉스'(오른쪽) 제품./사진=각 사 제공 |
매일유업 관계자는 “셀렉스 주요 판매처가 홈쇼핑인 만큼 해당 채널을 중심으로 홍보를 진행한 것”이라며 “셀렉스가 누적매출 5000억 원을 넘어선 이후 이를 기념하는 홈쇼핑 특집 방송을 기획했고, 방송 편성에 시간이 필요해 시차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식품 업계에서 누적 매출은 브랜드 시장 입지를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매일유업이 누적매출 성과를 홍보에 활용하는 데 긴 시차를 둔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누적 매출이나 제품 판매량은 ‘브랜드 파워’를 가장 직관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인 만큼, 성과가 나온 시점에 바로 홍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매출 집계나 홍보 전략 등에 따라 시점을 조절하더라도 통상 1~2개월 정도로, 셀렉스와 같은 경우는 흔치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경쟁 브랜드인 하이뮨의 경우 지난 2022년 누적매출 3000억 원을 달성한 뒤부터 매 1000억 원 돌파 시점마다 이를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매출이나 판매량을 정확히 집계하기 위해 한두 달 정도 늦어질 수는 있지만, 반년 이상 지난 시점에 성과를 홍보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뉴스에선 시의성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보통 성과가 나오면 바로 홍보를 하는데, 6개월 이상 지난 수치를 홍보하는 것은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매일유업 셀렉스는 2019년, 일동후디스 하이뮨은 2020년 출시됐다. 셀렉스는 2019년 250억 원, 2020년 500억 원, 2021년 900억 원, 2022년 943억 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했지만, 하이뮨의 성장세는 더 빨랐다. 하이뮨은 2020년 300억 원, 2021년 1050억 원, 2022년 1650억 원을 기록하는 등 3년 만에 누적매출 3000억 원을 달성하며 셀렉스를 넘어섰다. 하이뮨은 누적매출 4000억 원, 5000억 원을 셀렉스보다 앞서 달성했다.
이후 양사가 누적매출 6000억 원 달성을 기존보다 빠르게 홍보한 것은 시장 1위를 두고 벌이는 치열한 패권 다툼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와 같은 ‘고무줄’ 홍보 방식이 소비자에게 혼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셀렉스가 5월에 누적매출 5000억 원을 달성한 것으로 오인한 소비자라면, 셀렉스를 ‘4개월 만에 1000억 원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로 받아들이게 되는 식이다.
특히 두 브랜드가 각기 다른 기준으로 서로 ‘단백질 1위’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은 소비자 혼동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셀렉스는 ▲편의점 단백질 음료 판매▲네이버 단백질 파우더 및 음료·프로틴 음료 소비자 관심도 등 을 근거로, 하이뮨은 ▲식약처 발표 ‘식품 등 생산실적’ 단백질 매출을 기준으로 삼아 ‘1위 브랜드’로 홍보하고 있다. 유통 채널별 판매 순위의 경우 소비자가 전반적인 브랜드 입지를 가늠하긴 어렵다. ‘식품 등 생산실적’도 제품 기능성에 따라 분류가 바뀔 수 있으며, 세부 브랜드 내역이 공개되지 않아 명확성이 떨어진다.
최근 단백질 시장에 다양한 후발주자가 진입하면서 두 브랜드 간 ‘단백질 1위’ 이미지 구축을 위한 홍보전은 가열될 전망이다. 유제품, 스낵 등에 이르기까지 ‘고단백’ 트렌드 확산으로 단백질 제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는 분산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하이뮨은 2022년 연매출 1650억 원을 정점으로 역성장하고 있으며, 셀렉스도 지난해엔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소비자 유인을 위해 ‘단백질 1위’라는 상징성이 한층 중요해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홍보 경쟁 과열이 소비자에 대한 정보 불투명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매출 달성 여부만큼이나 매출이 발생하는 주요 채널인 홈쇼핑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면서 “셀렉스가 홈쇼핑에서 지닌 강점을 부각하기 위해 특집 방송을 통한 방식으로 누적매출을 홍보했고, 방송과 관련해 홈쇼핑 측 의견을 반영하다 보니 시차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업체마다 1등이라 주장하는 기준은 다를 수 있지만, 기준이 애매하다면 더욱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하이뮨은 식약처 발표 자료를 근거로 삼아 공신력을 높이고 있으며, 온·오프라인 모든 채널 판매 성과를 종합해 누적매출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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