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년 만에 사용량 1000배 확대 계획
1% 혼합만 해도 연간 900억 원 부담…“소비자 전가도 한계”
편당 인센티브 있지만 효과 미미…정부 지원책 실효성 적어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항공업계가 본격적인 탄소 감축 시대를 앞두고 ‘지속가능항공유(SAF)’ 도입 압박에 직면했다. 정부는 2027년까지 항공유의 1%를 SAF로 혼합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2030년에는 3~5%, 2035년에는 7~10%로 비율을 확대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 대한항공 항공기./사진=대한항공 제공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항공사들이 자발적으로 사용한 SAF 비율은 목표치인 1%에 한참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최근 국회도서관이 발간한 ‘데이터로 보는 기후변화와 우리의 일상’에서 공개된 국내 항공사의 SAF 사용량은 △대한항공 0.00118% △아시아나항공 0.00320% △제주항공 0.00004% △진에어 0.00041 △티웨이항공 0.00066% △이스타항공 0.00068%였다.

이는 2027년 의무 목표치인 1%와 비교할 때 대한항공 기준 약 1000배 낮은 수치다. 단 2년 만에 사용량을 대폭 늘려야 하는 셈인데 항공사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달성이 쉽지 않은 과제다.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다. SAF는 기존 항공유 대비 최소 2배 이상 비싸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9일 'SAF 혼합 의무화제도 로드맵'을 발표하고 항공사와 비용을 공동 분담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지만, 업계에서는 1% 혼합 의무화 때 국내 항공업계의 비용부담은 약 900억 원 수준이라는 평가다.

이를 3%로 늘리면 연간 3000억 원이 넘고, 10%로 늘리면 1조 원 안팎의 항공유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항공사별로는 수백억 원 규모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 지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항공사들의 재무적 부담은 여전히 상당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 2년 만에 사용량을 한참 늘려야 한다”며 “정부가 로드맵을 제시한 만큼 항공사 역시 따라가겠지만 현재 국내 SAF 생산 기반이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이기에 의구심 역시 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차원의 지원이 전무하지는 않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최근 SAF 자발적 도입을 독려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도입했다. 국내에서 생산된 SAF를 1% 이상 혼합해 국제선 항공편을 띄울 경우 편당 8 만~12만 원 수준의 공항시설 사용료를 감면해 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현재 총 감면 한도는 2년 간 5억 원에 불과해 효과는 제한적이다. 예컨대 대한항공의 지난달 총 운항편은 4320편에 달하는데, 단순 계산으로 대한항공이 모든 편에 SAF를 적용할 경우 감면액은 최소 3억 원을 훌쩍 넘기는 수준이다. 실제 국가 방침대로 모든 항공사들이 SAF를 전 항공편에 적용할 경우 지원금의 한도 부족은 예견된 상황이다.

문제는 SAF 도입에 따른 비용 부담을 소비자 요금에 직접 전가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항공권 가격은 이미 고환율·고유가 등 외부 요인으로 꾸준히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여기에 SAF 프리미엄 비용까지 반영될 경우 소비자 반발이 불가피하다. 

특히 국제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한쪽이 먼저 SAF 비용을 반영해 운임을 올리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결국 항공업계는 SAF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부 지원책이 실질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편당 감면 금액만 보면 체감되는 듯 보이지만 전체 운항 편수 대비 실제 지원 규모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항공사 내부적으로도 신기종 도입 등 탄소 감축 전략을 강화하고 있지만 원가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SAF 도입은 뚜렷한 추가 지원책 없이는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SAF 공급망 안정화가 먼저 이뤄져 단가가 떨어진 이후에 본격적인 적용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공급망 역시 제한적이어서 대량 구매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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